[기자석] '히어로' '오다리기 죠...' 일본영화 유감

지난 수요일(24일), 서울 명동에서는 일본 영화 '히어로'의 기자시사회와 오다기리 죠의 내한 기자회견이 잇따라 열렸다.

'히어로'는 꽃미남 스타 기무라 타쿠야를 앞세워 역대 일본 영화 중 최다 스크린을 확보한 작품이다.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는 아예 제목에 주연 배우의 이름을 넣는 등 국내에서 유난히 높은 죠의 인기를 십분 활용, 흥행을 자신하고 있다.

지난 94년 일본 대중문화 수입 개방 조치가 실시된 이래 요즘처럼 일본 영화(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던 적은 없었다. 일본 소설과 만화 등이 충무로의 아이디어 뱅크가 된 건 새삼스러울 것도 없고, '일드'(일본 드라마)나 '니폰필'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필수 용어가 됐다. 혹자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기도 하지만, 문화의 '교류'라는 점에서 보면 오히려 자연스런 일이다. 일각에서 꿈틀대고 있는 '혐 한류' 움직임까지 고려해본다면 이처럼 '호혜평등'한 문화 교류는 더욱 반길 만하다. 그런데 기자는 '히어로'와 오다기리 죠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걱정스런 생각이 들었다.

지난 4월 부산에서 촬영을 하기도 했던 '히어로'에는 일단 한국에 대한 호기심과 친근함이 많이 묻어나 있다. 이병헌 백도빈 안길강 등 한국 배우들의 출연은 물론이고, 쿠리우 검사(기무라 타쿠야)가 TV 홈쇼핑을 시청하는 장면에서는 아예 '한류'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기무라 타쿠야와 마츠 다카코는 한국어 대사를 적잖이 소화해내기도 했다.

하지만 스크린에 비쳐지는 부산의 모습은 심히 유감스럽다. 자갈치 시장이야 부산의 명소라서 그렇다 치자. 하고 많은 장소 중에 '산동네'와 허름한 식당들의 모습만 담은 건 왜일까. 그런 모습들이 '한국적'이라고 생각한 건지, 아니면 의도된 연출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 것도 모르는 일본인들이 본다면 우리나라의 생활 수준을 뭘로 볼 지 안 봐도 뻔하다.

'히어로'의 기자 시사 후 근처 다른 극장에서 열린 오다기리 죠의 기자회견은 더욱 뒷맛이 씁쓸했다. 행사가 당초 예정 시간보다 무려 30분 가까이 늦었음에도 죠는 그 흔한 '고멘나사이'(죄송하다)라는 말 한마디 없이 유유히 껌을 씹으며 입장했다. 대개 일본인들은 옷깃만 스쳐도 미안할 정도로 '스미마셍'을 연발한다. 그런데 '일본 배우'인 그는 지각 따위는 전혀 미안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듯 보였다. 한술 더 떠 일부 질문 내용에 대해서는 두루뭉술하게 답을 하는 등 회견에 임하는 태도도 불성실했다. 도대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일부 우리 배우들은 국내보다 오히려 일본 활동에 더욱 공을 들이기도 하고, 애초부터 일본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지는 작품도 적잖다. 한데 일본은 아직 그렇지 않고, 앞으로 그럴 생각도 없는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열과 성을 다하는' 우리 문화가 일본에서 인기를 누리는 것,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 일본의 그것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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