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초읽기 체질(體質)

〈제9보〉(116~130)=“조치훈은 초읽기에 몰려야 더 수를 잘 본다”는 설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매 판 예외 없이 시간에 쫓기고, 그 난국(難局)들을 신들린 듯 이겨내면서 생겨난 역설(逆說)일 것이다. 아직 바둑판은 절반도 메우지 못했건만 오늘도 그는 마지막 초읽기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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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와중에 놓인 116은 최선의 호착. 이 수가 와선 다시 미세해졌다. 과연 초읽기 속에서 조치훈의 착점은 더욱 빛나고 있다. 116은 중원 확장의 교두보인 동시에 흑이 ‘가’로 붙여오는 맛도 예방하고 있다. 참고 1도가 하나의 예. 그러나 118이 과녁을 빗나간다. 참고 2도 1로 노골적 중앙 경영에 나섰더라면 백의 우세였다. 하변은 7까지 수습한다. 8의 도발은 13까지 강력 대응. △가 말을 하고 있다. 따라서 흑도 117로는 그냥 121이 정수였다.

121 시점에서 살얼음판 위의 시소게임은 계속된다. 124는 125를 강요하는 맥점. 흑도 형세를 의식하고 127로 깊숙이 승부수를 던져 넣는다. 그런데 여기서 130은 과연 최선이었을까. 이 정도로 백은 승리를 가져갈 수 있을까. 다음 보의 진행을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