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公共)의 친구’ 공공미술

경기도 안양시 안양우체국 앞 ‘샛별1로’에 프랑스의 세계적 작가 다니엘 뷔렌의 설치작품인 ‘오색찬란한 하늘아래 산책길’이 들어섰다. 터널 모양의 설치물 천장을 색유리로 덮은 이 작품 속을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평소와 다름 없이 지나고 있다. 그들의 표정은 무덤덤하지만 머리 위로는 색유리를 통과한 햇빛이 색색으로 뿌려지고 있다. 뷔렌은 현장을 직접 보고 그에 맞춰 작품을 짜 넣는 ‘인 시튀(in situ)’ 제작방식으로 20세기 후반 현대미술 전개에 큰 영향을 끼친 작가다. 안양에도 직접 와서 보고 작품을 만들었다.

경기도 안양시가 요즘 미술계에서 화제다. 제2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로 다니엘 뷔렌, 실비 플뢰리, 야요이 쿠사마, 게리 웹, 이불, 양혜규, 김홍석 등 국내외의 유명 작가 46명의 조각·설치작품이 평촌 일대에 들어서서 도시의 얼굴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공공미술은 요즘 각 도시마다 유행처럼 퍼져있지만, 이렇게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대거 들여 놓은 적은 없었다.

미술계에서는 독일의 유명한 국제미술제인 ‘뮌스터 조각프로젝트’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평한다. 김홍희 경기도미술관장은 “지자체의 미술행사는 보통 지역 작가들을 위주로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 프로젝트의 경우 국제적으로 유명한 수준 높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해서 놀랐다. 공공미술의 새로운 단계를 열었다”며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보기 위해 외국의 미술계 인사들이 일부러 안양을 찾아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중 37명의 작품은 특별한 기한 없이 영구 설치됐다.

안양시청앞 잔디밭에는 실비 플뢰리가 만든 UFO 모양의 조각 ‘비토’가 놓였다. 이 작품을 보고 일부 주민들이 “UFO가 나타났다”고 방송국에 신고도 했다 한다. 플뢰리는 실제로 “대중에게 현대미술은 ‘미확인 비행물체’처럼 알쏭달쏭하다”고 말하는 작가다. 그는 시청 앞마당에 UFO를 던져 놓아 현대미술과 공공성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빌딩 숲 한 귀퉁이에 들어선 안젤라 블록의 ‘헌화’는 높이 8m짜리 꽃 한 송이 조각이다. 차가운 시멘트 한 가운데에 오롯이 생명이 솟아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