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된 아이 되찾는 여변호사의 '사투'… 세븐 데이즈

톱니바퀴 물려 가듯, 그다지 버릴 장면이 많지 않다. 등장 인물 하나하나 역시 그냥 버릴 사람이 적다. 영화 '택시' '본 얼티메이텀'을 연상케 하는 빠른 호흡과 감각적인 장면들, 미국 드라마 ‘CSI’로 익숙한 과학수사 장면과 '24'의 전개가 단박에 떠오르는 시간별 사건 전개, 거기에 어울리는 탄탄한 스토리, 박휘순 김미숙 정동환 오광록 등 연기파 배우들의 활약…. 수많은 톱니들이 틈을 많이 벌리지 않고 잘 어우러져 있다. 무엇보다 미국 드라마 ‘로스트’에서 주연급으로 명성을 날리며 탄탄한 내공을 쌓은 주인공 김윤진의 무게감 넘치는 연기가 모나지 않게 잘 어우러졌다.

머릿속으로 장면을 곱씹을 여유조차도 그다지 충분히 주지 않는 순간적인 장면 전환은 요즘 세대들의 입맛에 잘 맞아 보인다. 이미 ‘구타유발자들’(2006)로 마니아층을 끌어모은 원신연 감독은 이번 ‘세븐 데이즈’에서 잘게 이어 붙인 편집으로 자신만의 서명을 새긴다. 2,3대의 카메라를 동시에 돌리며, 한 장면을 여러 각도에서 잡아내기. 물론 배우들은 ‘몰래카메라’ 촬영이냐며 토로하기도 했지만. 2시간여 러닝 타임 동안 3900컷을 소화해 컷당 길이가 2초 정도에 불과하고, 1초에 7~8컷이 지나가는 경우도 많아 느긋하게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그만큼 긴장하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스토리는 어쩌면, 너무나도 흔한 소재다. ‘유괴된 아이를 되찾기 위해 살인범의 변호를 맡는다’는 유명 변호사 ‘투쟁’ 같은 이야기다. 유지연(김윤진)은 100% 가까운 승률을 자랑하지만 집에선 아이에게 소홀한 그런 엄마. 모처럼 마음먹고 딸의 운동회에 나섰지만, 어느 순간 딸은 납치돼 버렸다. 유괴범 K가 제안한 조건은 강간 살해범으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2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정철진을 무죄로 석방하라는 것. 그것도 단 7일 만에.

사실 스릴러 마니아라면 중간 정도에 범인의 윤곽을 알아챌 수 있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건 역시 중견 연기자들의 몫이 컸다. 다만 이 모든 일이 단지 7일 만에 일어났다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 자체가 다소 무리로 느껴진다. “넌 잠도 없냐”고 한마디 던지는 친구이자 형사 김성열(박휘순)의 대사처럼 유지연의 하루는 남들의 이틀 사흘 분량은 되는 것 같고, 도난당한 피해자의 차량도 너무나 적절한 순간에 시골 폐차장에서 발견된다. 순간순간 코믹하게 변신하는 박휘순의 연기 덕에 애교로 넘어갈 순 있지만, 그의 수사력은 검사 두셋이 동시에 뛰어도 따라잡기 힘들 만큼 뛰어나다.

하지만 이 모든 흠결 역시 탄탄한 시나리오에 비하면 ‘부스러기’ 같다. 다만 너무나 ‘미국 드라마스러운’ 기법들은 꼭 일부러 ‘베낀’ 듯해 영화 자체의 톡 쏘는 맛을 약화시켰고, 지나친 핸드 헬드 카메라 워크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관객의 시야를 다소 불편하게 만든다. 과도한 사이키 조명으로 순간 어질하게 만드는 클럽 장면 역시 친절하진 않다. 14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