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승부 결정"

〈제11보〉(144~171)=프로 고수들의 종반 계산력은 탄복스러울 만큼 정확하다. 아직 100수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도 그들은 ‘반 집 승부’를 정확하게 가려낸다. 어떤 고성능 컴퓨터가 이처럼 정밀할 수 있을까. 결과부터 말해 이 바둑은 흑의 반 집 승으로 끝났는데, 이 시점에서 프로 검토진 사이에선 이미 이런 예측이 돌기 시작했다.

 

144로는 참고도 1로 뻗고 싶지만 흑 2의 선수가 매우 크다. 만약 3 정도로 손을 뺀다면 14까지 우하귀 흑이 패(覇)로 부활하는 수단이 있다. 151은 반상(盤上) 최대처. 157, 158은 쌍방 손해 없는 응접이다. 162는 선수(先手) 3집 반 정도 크기로 백의 권리이기도 하다. 169는 단순한 시간 연장책으로 보이지만 훗날 ‘가’의 선수를 보는 호점이었다.

171에 흑의 손이 돌아와선 이후 어떻게 변화해도 흑의 반 집 승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하지만 그것은 경지에 오른 프로들의 계산일 뿐, 우리 아마추어들로선 ‘흑 반 집 승’ 과정에 대한 현장검증(?)을 생략할 수 없다. 이제 ‘정밀 컴퓨터’들의 최종 마무리 솜씨를 음미할 일만 남았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