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르게 살자' 손병호 vs '식객' 김강우
입력 : 2007.11.01 09:11
| 최근 극장가에 화제가 되고 있는 두 영화가 있다. 지난 달 18일 개봉해 100만 관객을 훌쩍 넘긴 코미디 영화 '바르게 살자'(감독 라희찬)와 허영만 화백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맛있는 영화 '식객'(1일 개봉ㆍ감독 전윤수)이 바로 그것. 그리고 그 속에는 영화의 깊이를 더해주는 든든한 두 배우가 있다. 백전노장 손병호는 코미디 영화 '바르게 살자'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며 든든한 기둥 노릇을 톡톡히 했고, 젊은 연기파 배우 김강우는 '식객'에서 보다 튼실해진 연기 내공을 발산한다. 가히 신-구 배우의 연기력 대결이라고 할 만하다. 두 배우가 말하는 연기와 영화를 들여다본다. < 편집자 주> |
"주연? 설렘 보다 불안"
'악과 선' 상반된 연기 눈길
내 몸엔 코미디언의 피 흘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주로 출연해온 연기자 손병호가 첫 주연을 맡았다.
영화배우 정재영과 투톱을 이뤄 영화 '바르게 살자'(감독 라희찬)에 출연한 손병호는 가짜 은행강도인 정재영과 웃지못할 한판 대결을 펼치는 경찰서장 역을 열연했다.
"늦깎이 주연이라 그런지 설렘보다는 불안감이 더 컸어요."
걱정을 뒤로하고 손병호는 관록의 배우답게 영화에서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시켰다. 손병호는 그동안 '파이란' '오아시스' '인디안 썸머' 등에서 주로 악역을 맡았다. 특히 영화 '야수'에서 경찰 권상우와 검찰 유지태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비열한 조직폭력배 연기는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반면 영화 '화려한 휴가'에선 학생을 아끼는 선생님으로, 드라마 '하얀거탑'에선 인권변호사로 불의에 맞서는 굳은 심지의 강인한 캐릭터도 곧잘 선보여왔다.
악과 선이란 상반된 연기에 모두 능통한 손병호는 '바르게 살자'에서 주인공 정도만(정재영)과 대립하는 악역이지만 그렇다고 악역이라 단정지을 수 없는 그만의 연기를 선보였다.
이런 야누스적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손병호는 실제로도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진지하고 무거운 연기를 많이 하지만 실은 제 몸에 코미디언의 피가 흐르고 있죠.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가 바로 저예요."
페이소스가 짙은 얼굴과는 다르게 그는 결코 무겁지 않았다. 쉬지 않고 쏟아져 나오는 재미있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이야기꾼이었다. 이미 40대 중반을 넘긴 나이지만 손병호는 인터뷰 내내 체면 대신 넘치는 끼를 마음껏 발산하는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마치 진지한 개구쟁이 같았다.
주인공 성찬역 맛깔나게 묘사
요리? 이젠 아무거나 못먹어요
"영화 찍으면서 철 들었어요."
영화 '태풍태양'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날아다니던 김강우가 영화 '식객'(감독 전윤수)에서 제대로 우려낸 사골 국물로 변해 나타났다. 한국 최고 만화가 허영만의 인기작 '식객'의 주인공인 성찬 캐릭터는 젊은 배우에겐 큰 부담이다.
그런데 김강우는 성찬의 뚝배기 같은 따뜻한 마음은 간직한채 자신만의 젊은 성찬의 모습을 성공적으로 그려냈다. 전작들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그를 떠올리면 '식객'은 김강우의 성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예전엔 이기적인 생각에 혼자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연기했는데 '식객'을 하면서는 모두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호흡을 맞췄죠." 오랜 시간 동안 발효를 거쳐야 하는 우리 음식처럼 김강우는 작업을 하면서 점차 배우로서, 자연인으로서 성숙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앙상블 연기가 뭔지, 전체가 어떻게 그려져야 할지를 조금씩 깨닫게 됐다.
"이 영화는 주인공이라고 돋보이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찬의 '식객'이 아니라 '식객' 속의 성찬이 되길 바라면서 찍었어요." 그래서일까. 김강우는 영화에서 특별히 멋있게 그려지지 않았다. 과장된 감정을 관객에게 이입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는 커다란 항아리처럼 흔들리지 않는 진득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의 이런 성장을 먼저 눈치 챈 건 역시 가족이었다. 김강우는 가족시사회 후 처음으로 가족들에게 칭찬을 들었다.
"그동안 제 영화를 보고 칭찬한 적이 한번도 없을 정도로 객관적인 분들인데 이번엔 '재미있다. 잘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김강우는 '식객'을 통해 잠깐 반짝이는 신예 스타란 꼬리표를 떼고 이제야 영화계의 젊은 피로 거듭난 것이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입맛이 까다로워져 예전처럼 아무거나 못 먹게 됐다. 또 한가지는 평소 즐겨하던 요리가 어설픈 흉내내기 같아 음식 만들기가 부담스러워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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