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춤췄다… 그들은 왜?

지난 3일 오후 7시39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은 침묵에 빠졌다. 제28회 서울무용제 폐막식에서 연기상을 발표하는 순간. 사회를 맡은 김긍수 전 국립발레단장(발레 부문 병역특례 1호)이 “이제부터 하이라이트라 저도 긴장됩니다… 남자 수상자에겐 병역특례혜택이 주어집니다”라고 말한 직후였다. 맞붙인 손에 이마를 대고 기도하는 관객 풍경이 여기저기 보였다. “한국무용 남자 연기상은… 남수정무용단의 권!용!상!”

객석은 수상자 이름이 다 불리기도 전에 환호성을 질렀다. 세종대 대학원을 졸업한 권용상(28)은 지난 3년간 2, 3등으로만 입상하며 병역특례(4주간 기초군사훈련 후 예술단체 활동)를 놓친 무용수였다. 입대 연기가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번 서울무용제는 마지막 기회. “10번 가까이 도전했고 이번엔 목숨 걸고 춤췄다”는 그는 “나라가 남자 무용수를 위해 준 병역혜택이니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이날 그를 비롯해 모두 4명이 이 특별한 기쁨을 누렸다. 현대무용 연기상을 받은 박준형, 발레 부문의 김성민, 안무상을 차지한 김재덕 등이다. 김재덕은 소매로 연방 눈가를 훔쳤고, 김성민의 수상 소감도 눈물 범벅이었다. 시상자로 나온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무용 중에서도 발레는 무대에 설 수 있는 시간이 가장 짧아서, 남자 무용수에겐 생명과도 같은 상”이라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