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돌아온 전신(戰神)

〈제1보〉(1~16)=조훈현(55)이 본란에 등장하는 것도 5년 만이다. 오랜 세월 한국 바둑계의 간판으로 군림해 온 그지만 이상하게도 LG배와는 인연이 없어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LG배 12년 동안 10회 때(2005년) 한 차례를 빼곤 모두 출전했던 ‘터줏대감’답지 않은 성적.

2001년 제6회 때 유일하게 결승에 올랐으나 유창혁에게 2대3으로 역전패했었다. 올해 16강전 상대는 중국 신예스타 후야오위(胡耀宇·25).

조훈현에겐 ‘전신(戰神)’이란 별명도 있다. 바둑을 집보다 전투 개념으로 이해하는 기사들은 포석시절 귀 굳힘보다는 걸침을 애용한다. 조 九단은 그 대표적인 기사. 한 예로 4까지 네 귀를 분할 후 즉각 5로 걸쳐간 것이 그것이다. 15자리 굳힘 따위는 그의 사전에 없다. 6은 9분이나 생각한 초반 장고수.

7로 씌우면 11까지는 일사천리인데 12가 복고풍이다. 요즘엔 참고도 1에 두어 6까지가 흔하다. 중국 쪽에선 이 그림을 “흑이 좋다”고 결론 내렸다던데 후야오위 역시 실전을 택했다. 14까지 정석의 일단락. 여기서 흑 ‘가’의 걸침은 좋은 진행이 안 떠올랐을까. 모처럼 15로 굳혔다. 당연한 16에 흑의 다음 구상은 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