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대한민국’신명나게 찧고 까불어 보세!

학력위조, 신정아·변양균 사건, 미국산 쇠고기 문제 등을 마당놀이로 본다. 16일 장충체육관에서 개막하는 극단 미추의 마당놀이 ‘쾌걸박씨’(연출 손진책)다.

‘마당놀이 인간문화재’로 불리는 윤문식·김성녀·김종엽 트리오는 그대로다. 올해는 윤문식이 처음으로 여장을 한다. 연습실에서는 “늙어서 그렇지, 여자보다 더 맵시가 난다”는 품평이 흘러나오고 있다.

‘쾌걸박씨’는 고전 박씨전에 그리스 희극 ‘리시스트라테’를 섞었다. 때는 조선 인조 무렵, 이시백(윤문식)은 박색인 신부 박씨(김성녀)를 거들떠도 안 본다.

과거에 급제한 시백은 뼈있는 쇠고기를 “무조건 먹으라”고 요구하는 청나라 칙사를 쇠뼈로 두들겨 패 전쟁 위기를 초래한다. 그러나 박씨가 청나라 여인들의 성(性)파업을 일으켜 전쟁을 막는다는 이야기다. 작가 배삼식은 “덕이라는 것이 현실에 뿌리박지 않고 자기 주장만 강할 땐 독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올해 나라를 뒤흔든 학력위조부터 대통령 선거까지 극장 밖 현실을 불쑥불쑥 밀어 넣어 폭소탄을 던진다. 특히 마당놀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배우의 즉흥성이다. 애드리브 많기로 이름난 윤문식은 대본에서 빠져 나와 어떤 얘기를 할지 아무도 모른다. 놀이성의 극대화다. 성파업 마당이 볼거리지만, 낯뜨겁지 않고 우스꽝스러워 전체 관람가 공연이다. 안은미가 안무가로 참여했다.

▶12월 22일까지 장충체육관. (02)368-1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