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치 않은 ‘다윗’의 도전

백건우는 ‘골리앗’이 아니겠지만, 손열음은 ‘다윗’임에 분명할 것 같다.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베토벤 소나타 대장정에 들어가는 시기, 공교롭게 피아니스트 손열음(21)도 이틀에 걸쳐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한다. 12월 9일과 10일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리는 리사이틀 무대다.

‘백건우의 베토벤’과 시기가 겹친다는 걸 알고 있었을까. 연주회를 위해 이스라엘의 텔 아비브에 머물고 있는 손열음의 수화기 너머 목소리는 담담했다. “당연히 몰랐죠. 이틀간 리사이틀을 한다고 하기에, 뭔가 의미있는 레퍼토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고심 끝에 골랐는데….”

1997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청소년 콩쿠르 2위부터 2002년 비오티 콩쿠르 1위, 2005년 루빈슈타인 콩쿠르 3위까지 ‘피아노 영재’로 불리며 쉴 틈 없이 달려오다가, 올해 초 독일 하노버 음대로 건너가 아리에 바르디 교수를 사사하고 있다.

손열음은 “독일의 크고 작은 공연장에서 거의 하루 한 곡씩 베토벤의 소나타를 치기도 했다.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는 동안에 베토벤을 제대로 연주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첫날인 9일에는 소나타 8번 ‘비창’과 21번 ‘발트슈타인’ 등 친숙한 곡이 섞여있지만, 10일에는 소나타 30·31·32번 등 베토벤 최후의 피아노 소나타 3곡으로만 꾸몄다. 그는 “내게는 전곡의 의미를 갖는 연주 무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손열음은 연주회의 프로그램 노트를 직접 쓰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그는 “연주자가 직접 글을 쓰는 건 일종의 ‘자기 변명’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영화 감독이 쓰는 ‘연출의 변’처럼 주관적이면서도 솔직한 의견을 적고 싶다”고 말했다.

▶12월 9·10일 세종체임버홀 (02)399-1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