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흔든 음악 그 떨림의 기록들

음악 애호가도 진화합니다.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낸 최영도(69) 변호사는 최근 자신의 클래식 음악 편력을 담은 책 ‘참 듣기 좋은 소리’(학고재)를 펴냈습니다. 저자는 “50년간 클래식 음악을 감상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아마추어”라는 겸양과, 자신이 선정한 명반 200선을 싣는 용기를 책에서 함께 보여줍니다.

책에 소개하고 있는 저자의 음반 수집 방법이 재미있습니다. 먼저 명곡 해설집에서 중세 그레고리안 성가부터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기, 고전·낭만주의와 현대 음악까지 대표적인 명곡을 선정합니다.

음반 가이드 책에서 음반에 대한 평가를 읽고서 ‘나만의 리스트’를 만든 뒤, 비교 감상을 해서 좋은 음반을 구입한다는 것입니다.

“최고의 명반 500장만 수집하겠다는 뜻을 세웠다”는 그의 음반 편력은 어쩌면 ‘고시 공부’와도 무척 닮아있는 것 같습니다. 주관성을 객관성으로 굳이 포장하기보다는, 자신의 취향과 경험을 솔직담백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대구 수성구에서 비뇨기과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서석주(58)씨도 지방 신문의 음악 객원 기자로 활동할 정도로 빼어난 감식안을 지니고 있습니다. 40년 가까이 4500여 장의 음반을 수집해온 그도 최근 ‘20세기 명 연주가 명곡·음반 1213’(예솔)을 펴냈습니다. 제목 그대로 서양 고전 음악 1213곡을 선정해서 간단한 곡 해설과 함께 음반을 추천했습니다. 서씨는 “평론가도 전공자도 아닌 애호가일 뿐이다. 외도 없이 지켜온 음악 사랑 30년을 결산하고 다른 이들과 나눈다는 뜻으로 책을 내놓게 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1100여 쪽에 이르는 두 권 분량의 이 책이 안겨주는 무게감은 단지 페이지 숫자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한 곡을 놓고도 10여 종의 음반을 분석하는 꼼꼼함이 책에는 배어있습니다.

한국씨티은행 법무본부장이며 부행장인 조윤선(41) 변호사는 미술관과 오페라라는 서로 다른 테마를 ‘미술관에서 오페라를 만나다’(시공사)라는 책에서 교차시킵니다. 우연히 스치듯 보았던 명화(名畵)와 눈물 흘리며 들었던 오페라의 아리아가 만나는 지점을 포착했습니다. 책의 착상도 놀랍지만, 장르를 종횡무진하는 글의 맵시도 무척 빼어납니다.

이 분들처럼 ‘나만의 음악 감상기’를 써보고 싶다면, 오늘부터 대학 노트나 블로그에 ‘음악 일기’를 써보는 건 어떨까요. 언젠가는 우리도 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