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할리우드 맘’ 좀 말려줘

“만약 네가 아이 넷을 키우는 엄마라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리얼리티 쇼를 찍는 것이지. ‘아!무!도 원치 않는!!’”

얼마 전 미국의 유명 스노 보더 라일리 길(Giles)이 친구의 미니 홈페이지 방명록에 남긴 이 한마디가 각종 연예 사이트를 들끓게 했다. 그가 바로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Mean Girls·2004)’으로 뜬 할리우드 청춘 스타 린제이 로한(Lohan)의 남자 친구이기 때문. 그가 겨냥한 건 그녀의 엄마 디나 로한이 찍을 리얼리티 쇼였다. 문제가 커지자 라일리는 7일(현지 시각) “누군가 내 흉내를 낸 거다. 난 미니 홈페이지(MySpace)조차 갖고 있지 않다”며 반론 보도를 냈지만, 이미 여론은 디나 로한 쇼 론칭에 비난을 퍼붓는 쪽으로 기운 상태였다.

근본 이유는 이렇다. 한국의 ‘치맛바람’을 뛰어넘는 할리우드 스타 맘(mom)들의 극성스러운 ‘튀어보기’ 전쟁 때문이다. ‘뒤늦게 찾는 자아’라고 하기엔 시기조차 좋지 않다.

린제이 로한의 경우, 음주 운전과 알코올 중독, 마약 소지 혐의로 재활원을 다녀온 지 얼마 안 된 상황. 최근 “조용하게 살고 싶다” “대학에 가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등 파티광의 이미지를 접고 새 출발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엄마가 계획한 ‘리얼리티 쇼’ 때문에 또 다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여기 디나의 욕망을 뛰어넘는 여성이 있으니, 바로 킴 카다시안(Kardashian)의 엄마 겸 매니저 크리스 제너(Jenner). 킴 카다시안은 할리우드 최고 변호사로 꼽혔던 고(故) 로버트 카다시안의 딸로, 로버트는 전처와 그녀의 애인을 죽인 혐의를 받았던 O.J 심슨 사건의 무죄 평결을 이끌어 낸 스타 변호사였고, 아내 크리스는 얼마 전 올림픽 육상 10종 경기 브루스 제너와 재혼했다. 갑부 아버지 밑에서 공주처럼 자라난 킴 카다시안은 패리스 힐튼과 친하게 지내며 유명세를 탔고, 지난달 카다시안 가족 리얼리티 쇼를 론칭하며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그걸로 부족했는지, 이번엔 엄마가 나섰다. 리얼리티 쇼에서 와인 수십 잔을 원샷 한 뒤 술주정은 기본. 초미니에 속이 다 비치는 탱크탑은 보통이요, 딸이 플레이보이 잡지용 누드 사진을 찍자 “흥, 나도 누드를 찍겠어”를 외치며 이 포즈 저 포즈를 취했다.

아예 딸의 비극을 이용해 장사를 하는 엄마도 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엄마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두 아들의 양육권까지 뺏기는 등 힘든 생활을 보내고 있는데, 스피어스의 엄마는 “딸의 모든 것을 밝히겠다”며 자서전을 내기로 해 시끌시끌하다. 이를 영화로 제작하자는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고,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게 인생이다. ‘인생의 주인공은 나야~’라고 외치고 있는 ‘엄마’들의 진짜 연기가 멋지지만은 않은 건 도를 넘은 ‘시나리오’ 때문이 아닐까. 아, 언젠간 ‘뜨고 싶으면 스타 딸을 둬라’라는 영화가 제작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흥행은 장담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