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백, 중원장악

〈제6보〉(71~87)=예나 지금이나 이창호를 꺾으면 어떤 무명기사도 유명해진다. 후야오위도 그런 케이스. 2002년 중국리그 때 ‘용병’ 이창호를 처음 꺾더니 4개월 뒤 제7회 삼성화재배서도 승리, ‘이창호 킬러’로 각광 받기 시작했다. LG배서도 작년 11회 대회 8강전서 이창호를 격침한데 이어 올해 1회전서 또 만나 반 집으로 한국의 ‘국보(國寶)’를 탈락시켰다. 둘 사이 통산 전적은 6승 6패.

백이 ?의 고압 전술로 나온 장면이다. 흑은 참고도 1, 3으로 나와 끊고 싶은데, 18까지를 상정(想定)하면 양분된 흑이 피곤한 모습이다. 71로 타개에 나섰지만 이미 기세에서 밀린 느낌. 78은 썩은 동아줄로 묶는 듯해도 도처에 백의 원군(援軍)이 있어 만만치 않다. 80까지 흑이 등을 두텁게 하는 대가로 치른 실리 손해가 너무 컸다.

상변 전투의 여파로 백이 제공권을 장악하면서 형세는 다시 어울렸다. 백은 여차하면 ‘가’로 넘는 안전판도 장만했다. 85는 우하귀 흑 대마의 안보를 돌보는 수. 86으로 막아서자 87로 안형(眼形) 마련을 서둔다. 조훈현 특유의 엄살과 푸념이 갑자기 뚝 그쳤다. 판세가 심상치 않아졌다고 판단할 때의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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