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배 세계기왕전’ 이모저모
○…한국은 모처럼 3명의 기사가 4강에 진출, 3년 동안 계속됐던 LG배 부진 징크스를 떨어냈다. 4명 전원이 올라갔던 2003년 8회 대회 이후 매년 1~2명이 준결엔 올라갔지만 모두 탈락, 3년 연속 외국 기사끼리의 결승 카드가 계속돼 온 것. 마지막으로 끝난 온소진 대 고노린 전에서 한국이 승리하자 관계자들은 “이제야 좀 주최국 체면이 선다”며 함박웃음.
○…준준결승 네 판 중 초점은 역시 한국 이세돌과 일본 장쉬 간의 대결. 이세돌 九단은 중반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1, 2회전에 이어 이날도 가장 먼저 승점을 따냈다. 이 대국 실황을 중계한 바둑TV 측은 최근 이세돌의 바둑이 하나같이 일찍 끝났던 점을 의식, 평소보다 한 시간 앞당긴 오후 1시부터 방송에 들어갔을 정도였다고.
○…검토실의 김인 九단, 최규병 九단 등은 흑을 쥔 이세돌이 우변 백진을 초토화하자 흑의 낙승을 예상하는 분위기. 하지만 당사자인 이세돌은 대국 후 “초반 판을 잘 못 짜는 바람에 흐름이 맘에 안 들었다”고 고백(?)했다. 오후 3시 30분쯤 검토실에 ‘개선’한 이세돌은 “오후 들어 패싸움 때 중앙을 빵때림한 뒤 비로소 승리를 예감했다”고 코멘트.
○…한상훈 돌풍은 일본 땅에서도 계속됐다. 지난해 12월 입단 후 불과 61일(연수기간 3개월 제외) 만에 LG배 본선에 상륙하는 신화를 세운데 이어 세계 최초로 ‘초단의 세계 4강’ 기록을 추가한 것. 한 초단이 복기를 마치고 검토실에 나타나자 한국 관계자들은 박수로 ‘초단 혁명’을 축하하기도. 평소 차분하기로 유명한 한상훈은 “별로 떨리지 않았다. 중반까지는 계가가 잘 안 됐는데 중앙에서 바꿔치기를 한 후 이겼다는 확신이 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