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이 다른 한복 퍼레이드, 한땀 한땀 들춰보세

    입력 : 2007.11.14 00:07 | 수정 : 2007.11.14 02:38

    ‘전통 속 혼례복의 어제와 오늘’ 전시회 관람 포인트

    ‘심청적의’






    바늘 땀 하나마다 세월이 깃들어 있다. 화려한 금사(金絲)는 붉은 비단에 촘촘히 박혀 고운 색감을 더한다. 조선시대 초기부터 중기, 후기까지 민간과 사대부, 궁중에서 입었던 혼례복을 복원한 ‘전통 속 혼례복의 어제와 오늘’ 전시회가 오는 21일까지 서울 삼성동 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에서 열린다. 유희경 복식문화연구소 주최로 침선장(중요무형문화재 제89호) 보유자인 구혜자씨를 비롯 유명 한복디자이너 김혜순 박술녀, 한복학자 문영표씨 등 20명의 한복 예술가들이 참가했다. 전시회 속 숨어 있는 볼거리를 찾았다.

    50만원? 아니죠. 5000만원이 넘습니다~

    웨딩드레스는 유행부터 디자인, 소재까지 세심히 따지지만 한복은 대충 있는 대로 빌려 입는 게 일반적. 하지만 이곳 한복은 ‘급’이 다르다. 조선 후기 혼례복인 ‘십이장복’(남자용)과 ‘심청적의’(여자용)의 경우 예상 가격이 5000만원 대에 달한다고 한다. 문영표 씨는 “최고급 비단에 용과 학 등이 아로새겨진 화려한 금박, 신랑 머리에 쓰는 12줄이 달린 면류관 등을 고증을 거쳐 수개월간 수(手)작업한 작품”이라며 “시가(時價)로 따지면 5000만원 이상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눈요기로는 그만이다.

    혼례복으로 검은색을 입었다?

    흔히 검은색은 가장 무난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색으로 꼽히지만, 평상복을 떠나서 생각하면 상복(喪服)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데 바로 그 검은색이 혼례복 중에서 가장 환영받는 색 중에 하나였다는 사실! 이는 조선 중기 사대부가에서 입었던 혼례복인 ‘염의’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유희경 복식문화연구원장은 “검은색이 남자를 상징하는 양(陽)의 색상이어서 여성의 음기와 어우러지는 데 안성맞춤이었다”고 설명했다.

    멋쟁이라면 파스텔 톤 주름 스커트 속치마를!

    ‘18인치 허리를 만들거야’라며 “유모, 더 조여!”를 외치던 영화 속 비비안 리를 기억하는지. 여성의 곡선미를 더욱 두드러지게 하고 엉덩이를 풍성하게 보이게 하기 위한 코르셋은 고문기구 마냥 여인의 몸을 압박했다. 하지만 조선시대엔 좀 더 지혜롭게 여인의 몸을 돋보이게 한다. 풍성한 실루엣을 만들어주는 바지형 속옷이 그 주인공. ‘너른바지’는 상류층이 주로 입는 속옷으로 기본 속옷을 입은 뒤 덧입어 풍성한 라인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주름치마 형태의 ‘무기지 치마’ 역시 대표적인 속옷이었다. 세 겹, 다섯 겹, 일곱 겹 등 색색깔로 장식됐다. 유희경 연구원장은 “모시 열 두 폭으로 만들었으며 어린 사람들은 층마다 다른 색으로 물을 들였다”면서 “여러 장의 속옷을 화려하게 갖춰 입은 모습에서 그들이 얼마나 사치스러웠는지 한 눈에 알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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