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류덕환, 사슴 눈망울 속 '잔혹의 그림자'

　미친 여자를 짝사랑하던 소년 인민군('웰컴 투 동막골'), 성전환 수술비를 마련하려고 씨름부에 뛰어든 여린 고등학생('천하장사 마돈나') 등 지금까지 배우 류덕환의 이미지는 '순수함'이었다. 아니, 보얀 얼굴빛이나 수줍은 듯한 미소 등 얼굴 자체가 그저 선량하고 순수했다.

그랬던 류덕환이 살인마로 변신했다. 배우의 변신은 무죄라지만, 이건 그야말로 대변신이 아닐 수 없다. 류덕환은 오는 29일 개봉 예정인 영화 '우리 동네'(감독 정길영)에서 천재적인 살인마 '효이' 역을 맡았다. 작은 문구점을 운영하며 애완견과 단 둘이 살고 있는 효이는 상냥함 이면에 타고난 잔혹함을 지닌 살인마.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게 아니라 거의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타고난 악인(惡人)인 셈이다.

"미치는 줄 알았어요." 류덕환은 힘든 준비 과정을 "미치는 줄 알았다"는 한 마디로 표현했다. "보통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는 제가 맡은 캐릭터의 전사(前史)를 쓰곤 했거든요. 그런데 도저히 효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뭐라고 쓸 수가 없더라구요. 살인을 직접 경험해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그가 선택한 방법이 '칼의 생활화'. "어머니가 무지 싫어하셨어요. 집에서 계속 식칼을 갖고 다녔거든요. 자다 일어나서 머리 맡에 놓인 칼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적도 있어요."

살인을 밥먹듯이 해야 하는 캐릭터인 만큼 살인 장면이 가장 힘들었던 건 당연지사. 한번은 살인 장면을 찍고 난 후 1시간 동안 부들부들 떨며 촬영을 못했던 적도 있단다.

또 한가지 힘들었던 점이 바로 개와의 호흡이었다. "개와 단 둘이 있는 장면을 찍어야 하는데, 개가 얼마나 말을 안 듣던지… 개의 컨디션에 맞추느라 힘들었어요."

미쳐버릴 만큼 힘들었던 준비를 거쳐 대변신의 첫 걸음을 뗀 류덕환. 그가 연기하는 살인마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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