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미세한 균열

〈제8보〉(101~115)=천하 명장이라도 거북한 상대는 있는 법. 조훈현은 이 바둑 포함 후야오위에게 3연패를 당하고 있다. 특히 LG배에선 지난 해 1회전서 패해 탈락했고, 올해는 전년도 챔프 저우쥔쉰(周俊勳)을 꺾은 뒤 2회전서 만나 설욕을 별렀지만 또 졌다. 번뜩이는 ‘감각형’은 끈덕진 ‘섬세형’에 약하다는 설이 있는데, 이걸로 설명이 될까.

당연해 보이는 101이 문제수. 백 ‘가’ 때 103을 선수하겠다는 뜻(2집 득)이었는데, 그냥 103에 두고 백 101 때 ‘나’로 뛰어야 했다. 102가 절묘한 반발. 참고 1도는 기착점 △가 빛난다. 참고 2도 역시 흑이 A, B 두 곳 모두를 둘 수 없다. 101의 실수와 102의 호착으로 팽팽하던 균형이 미세하게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조훈현은 여기서 이 바둑 최장인 40분을 끙끙 앓다가 108까지 정리하고 만다. 수순 중 백도 106은 정수. 참고 3도 1로 욕심을 냈다간 14까지 ‘되치기’ 당한다(4…◎). 흑이 바빠졌다. 109부터 114까지는 선수 권리. 흑 ‘다’의 젖힘을 남겨 수확이 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115가 ‘패착 1호’였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