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어쩜""어머머…" 색에 홀린 30대 여성들

‘무.삭.제’라는 한 마디에 힘입어 예술영화에서 전형적인 ‘벗는 영화’로 오해 받고 있는 이안(李安) 감독의 영화 ‘색,계(色戒)’. 8일 개봉해 14일까지 전국 관객 38만5000명을 동원하며 예상외로 흥행하고 있다. 이 뒤엔 여성들, 특히 30대 여성의 힘이 뒷받침되고 있다.

◆76%의 여성 예매 비율!

복합 상영관 ‘프리머스’의 이민희 홍보담당자는 “관객 실태 조사결과 20·30대 관객 중 여성들끼리만 온 비율이 60%에 달한다”며 “다른 영화와 달리 연인보다 친구들끼리 오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예매에서도 ‘여초(女超)’현상은 두드러진다. 영화전문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색, 계’의 남·여 예매비율은 11일 44%-56%, 12일 38%-62%, 13일 31%-69%에 이어 14일엔 24%-76%다. 날이 갈수록 여성의 예매비율이 확대되고 있는 것. 평균을 계산해도 37%-63% 비율이다. 주인공 양조위가 여성들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이 수치는 압도적이다.

다른 영화와 비교하면 이 차이는 더 확연하다. 1일 개봉한 음식 대결 드라마 ‘식객’은 남-여 예매비율이 47%-53%. 14일 개봉한 영화 중 김윤진 주연의 ‘세븐데이즈’는 42%-58%의 비율을, 판타지 애니메이션 ‘베오울프’는 47%-53%를 보이고 있다. 맥스무비의 김형호 실장은 “이번 영화가 어렵고 2시간40분이나 되는 긴 영화임에도 30·40대 여성들의 실제 관객 평가에서 특히 좋은 반응을 얻으며 흥행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30대 여자들의 수다를 이끌어내다

“성기가 나온다며?” “남편한테 그 체위로 해보자고 해야겠어.”

영화관을 드나들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들. 주인공 양조위와 탕유의 파격 정사 장면에 쏟아지는 관심들이다. 하지만 ‘색, 계’의 흥행이 단지 눈만 자극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20대 남성들에게 상대적으로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무리 적나라한 장면이라도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성(性)을 소비하게 된 그들이 이런 정사 장면 때문에 표를 사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내와 함께 관람했다는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감각과 눈빛으로 받아들이는 여성들에게 이번 영화는 수다 소재로는 딱”이라고 말했다. “특히 탕유의 심적 갈등뿐만 아니라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에서 30대 이상 여성들이 좀 더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문학적 성격이 강한 점도 30대 여성들의 불러모은다는 해석도 있다. 이상용 영화평론가는 “지난 여름 조용하게 인기를 끈 ‘채털리 부인의 사랑’이나 이번 ‘색,계’ 모두 여성의 본성, 정체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으며 문학적 성격도 강하다”며 “이는 특히 30·40대 여성들이 공감하고 소비하기에 딱 맞는 소재”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