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 보드 위에서 포착한 소년의 불안

화면에서의 강렬함보다 돌아선 뒤 깊이 박힌 잔상이 훨씬 더 치명적이다. 비전문 배우들을 기용해 불평 가득한 젊은 세대의 고민과 감독 특유의 정치색을 투영한 ‘엘리펀트’(2003)에서 느꼈던 감흥을 되새기듯 구스 반 산트(Sant) 감독의 신작 ‘파라노이드 파크’는 사춘기 소년의 정신적 방황을 ‘의식의 흐름’ 기법을 이용해 화면으로 재구성했다.

‘파라노이드 파크’는 성인 스케이트 보더들의 전유물로 주인공과 같은 소년들에겐 함부로 접근하기 어려운 ‘위험한 곳’이다. 편집증(paranoid), 피해 망상이라는 뜻 그대로 ‘파라노이드 파크’는 실수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 주인공 알렉스(게이브 네빈스)의 정신 상태를 대변한다.

사건 한 달여 만에 경찰 조사가 시작되고 알렉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지만 어머니와 별거 중인 아버지는 그에게 완전한 이별을 고하고, 여자 친구는 그와의 섹스에만 사로잡혀 ‘콘돔’을 입에 달고 다닌다. 이런 그에게 손을 내밀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인다.

‘싸이코’(1998)에 이어 10년 만에 호흡을 맞춘 크리스토퍼 도일(Doyle) 촬영감독은 ‘아비정전’ ‘중경삼림’ 등에서 보여줬던 이미지 중심의 카메라 워크기법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정적인 35㎜ 장면을 중심으로 스케이트 보드 위에서 촬영돼 속도감 있게 흔들리는 8㎜ 장면을 결합해 고립감을 극대화시켰다. 슬로 모션과 물방울 하나 하나 잡아낸 주인공의 샤워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白眉).

베토벤과 니노 로타, 엘리엇 스미스의 음악이 수시로 변주되는 건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청각화하는 데 무척 효과적이다. 블레이크 넬슨의 동명 소설이 원작. 칸영화제 60주년 수상작. 2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