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김태희 "원래 성격이 다혈질이에요"

단아하고 우아하던 김태희는 더이상 없다.

'여성스러움'을 대표하는 수식어는 모조리 갖다 붙여도 부족하기만 했던 김태희가 이번에는 왠일인지 까칠해졌다.

'중천' 이후 김태희의 선택은 열렬히 사랑했기에 열심히 싸우기에 이르는 두 남녀의 사랑싸움을 다룬 영화 '싸움(감독 한지승, 제작 시네마서비스, 상상필름)이다.

설경구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김태희가 극중에서 독을 잔뜩 품고 무섭게 싸움을 벌이며 겪었던 에피소드를 16일 오전 서울 압구정 CGV영화관에서 가진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공개했다..

극중에서 부부로 등장하는 김태희와 설경구는 이 영화 속에서 싸우고 또 싸운다. 와이어 액션신을 비롯해 유난히 몸을 많이 써야 하는 김태희는 워낙에 정적인 이미지가 많았던 터라 발길질을 한다는지 주먹을 날린다든지 하는 연기가 어색할 것도 같지만 설경구과 한지승 감독은 입을 모아 "김태희는 원래 성격이 과격한 것 같다"고 말한다.

특히 한지승 감독은 김태희를 선택하게 된 것에 대해 "동생 이완을 때리려고 쫓아가다가 유리창을 깼다는 에피소드를 듣고 캐스팅했다"면서 "캐스팅 당시에는 김태희가 이런 배역이 가능할까하는 의심을 했는데 촬영 초반 그것을 여지없이 깨줬다"고 한다.

그렇게 느낀 이유도 참 독특했다. 한지승 감독은 "영화 촬영을 하면서 김태희가 발차기를 하는 것을 보니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발길질을 한 뒤 가격한 부위를 비벼주는 것이 본능적으로 나오더라"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같은 김태희의 또다른 모습을 몸소 체험한 사람은 바로 설경구다. 설경구는 "가짜로는 못 때리겠다면서 정신없이 주먹을 날리는데 정말 아팠다. 본인은 때리는 방법을 잘 몰라서 그렇다고 하지만 누구보다 때리는 방법을 잘 안다"면서 "이제 그만 감추고 다 드러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자신에 대한 이같은 평가에 연신 환하게 웃던 김태희는 "어릴 때는 동생이 (발길질이 너무 세서) 쇠발이라고 불렀다"면서 "실제로 동생을 때리기 위해 쫓아다닌 적이 많다. 그리고 성격도 사실 다혈질인 것 같다"고 솔직하게 긍정하기도 했다.

김태희는 이번 영화 '싸움'을 함께 한 것에 대해 "그동안 차분한 이미지가 강해 살아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다"면서 "시나리오만 읽어보고 소심한 성격에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던 당시 설경구 선배와 만난 적이 있다. 당시 많은 용기를 북돋아 줘 감독님께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는 의사를 건넸다"고 밝혔다.

특히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한다는 김태희는 "비록 이번 영화에서는 너무 과격해 전혀 로맨틱하지는 않지만 '하드보일드 로맨틱 코미디'인 만큼 보시는 분들은 속이 통쾌해질 것 같다"면서 "싸움은 사랑을 이어가기 위한 또다른 수단"이라며 특별한 모습을 선보일 새 영화에 대해 기대치를 높였다.

김태희 설경구가 호흡을 맞춘 영화 '싸움'은 오는 12월 1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