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피나게 당하다

〈제11보〉(145~160)=제11회 LG배 결승에 후야오위(胡耀宇)와 대만 저우쥔쉰(周俊勳)이 올라갔을 때 열이면 열 모두 후(胡)의 우승을 예상했었다. 첫 세계제패 기회를 못 살린 그는 7개월 뒤 제12회 삼성화재배 8강전에서 동료 황이중(黃奕中)과 만났다. 중국 랭킹 2위 후야오위는 이번에도 만인의 예상을 뒤엎고 17위의 황이중에 져 탈락했다. 강자들 간의 상향평준화가 이뤄지면서 예상만큼 위험한 것도 없는 세상이 됐다.

지금 가장 큰 곳은 참고도 흑 1. 하지만 백 2를 당하면 중앙 흑 대마의 연결이 쉽지 않다. 18까지는 하나의 예. 공배 같은 곳을 145로 이어가는 흑의 마음은 얼마나 쓰렸을까. 프로들은 차라리 대마를 잡히는 편이 이런 장면보다는 덜 아프다고 말한다. 148까지 선수 권리를 즐긴 백은 유유히 손을 돌려 150을 차지했고, 그 순간 백승이 결정됐다.

153으로 ‘가’의 절단이 성립하지 않는 것도 아쉽다. 백 ‘나’ 다음 ‘다’로 빠져봐도 백 ‘라’로 그만. 160까지 흑 두 점마저 뜯겨선 도저히 추격이 힘들어 보인다. 불굴의 투사(鬪士) 조훈현은 이대로 무너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