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시(詩)를 쓰다

발레리나 김주원(31)의 누드 사진을 촬영한 사진작가 김용호는 “예상보다 기자들이 많이 안 와 다행”이라고 했다. 김용호는 패션잡지 ‘보그(Vogue)’ 10월호에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김주원의 누드를 실어 파문을 일으켰던 사진작가다. 그가 카메라에 담았던 몸들은 17일 서울 대림미술관에서 사진전 ‘몸(mom)’으로 세상에 나왔다. 영화배우 이범수, 가수 션, 발레리노 이원국, 발레리나 강예나, 현대무용가 김판선, 동성애자 홍석천 등의 알몸이 2007년 한국 관람객을 만난다. 김용호는 석연치 않은 심경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당신은 패션·광고 사진 작가로 유명하다. 왜 누드를 찍었나?

“몸이 상품화되는 게 싫었다. 알몸에는 그 주인공이 부자인지, 지위가 어떤지 드러나지 않는다.”

―전시 제목은 무슨 뜻인가?

“영어로 mom은 ‘엄마’다. 사람(몸)이 곧 자연이고, 다양한 몸 풍경을 담고 싶었다.”

―사진을 촬영했는데 이번 전시회에 빠진 사람도 있나?

“대표적인 게 김주원·이정윤 커플이다. ‘보그’에 실린 것과 다른 두세 점을 걸어놓으려고 했는데 단념했다. 나보다는 김주원을 많이 걱정했다. 한창 활동하는 발레리나 아닌가. 더욱이 그는 발레단에게 징계까지 받았고, 우린 시끄러워지는 걸 원치 않았다.”

―이번 사건 과정에서 무슨 생각 했나?

“내가 이 전시를 연 목적은 ‘다양한 사회적 시선을 받자’였다. 현실은 다양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보그’에 실린 김주원 사진은 독자 반응이 아주 좋았다. 그런데 당사자는 비난에 징계까지 받았다. 씁쓸하지만 비난이나 징계도 사회의 다양한 모습이라고 본다.”

―김주원과 어떤 얘기를 주고 받았나?

“서로 바빴다. 눈앞에 닥쳤던 김주원의 공연이 끝났고, 나도 전시를 오픈했으니 조만간 위로의 자리를 마련하려고 한다. 진하게 술잔을 나눌 거다.”

―편견 말고 어떤 게 작동했다고 생각하나.

“발레에 대한 엉뚱한 환상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발레 무용수들은 반복 훈련으로 근육만 남아 있는 마른 몸이 많다. 그 동안 인내했던 시간, 앞으로 견뎌야 할 통증은 무시하고 그냥 아름답고 신비하길 바라는 건 대단한 착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