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게 어디서?” 이젠 돌 맞을 소리

승부는 역시 해봐야 안다. 다크호스 정도로만 지목됐던 전년도 최하위 팀 영남일보가 끝까지 1위를 지켜냈는가 하면, 우승후보 월드메르디앙과 전년도 챔프 Kixx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약체로 꼽혔던 신생 팀 울산디아채는 일약 3위로 ‘겨울 바둑잔치’에 당당히 합류했다. 지난주 막을 내린 KB국민은행 2007 한국바둑리그 정규시즌 성적표다.

영남일보의 정규시즌 제패는 요즘 20세 전후 젊은 기사들이 바둑계를 좌지우지하는 현상과 맞닿아 있다. 선수 평균연령 20.2세로 8개 팀 중 가장 젊은 영남일보는 팀원 6명 중 5명이 5할 이상의 승률을 올리는 안정감 속에 시종 여유 있는 페이스를 펼쳤다. 최고령 팀 대방노블랜드(29.2세)의 최하위 전락 역시 우연의 결과라곤 보기 어렵다.

바둑리그는 단체전의 형식을 띠지만 개인전 성적의 합계가 팀 간 승패를 결정한다. 패스나 어시스트로 협업하는 구기(球技) 스포츠와는 달리 다승(多勝) 선수를 많이 배출하는 팀이 이기는 구조다. 그런 뜻에서 정규 시즌 12승1패로 다승왕에 오른 강동윤은 울산디아채의 보배였다. 강동윤은 지난 시즌(10승 4패)에 이어 2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챙겨 최고의 ‘바둑리그 형’ 스타임을 재확인했다.

강동윤 외에는 김지석(10승 4패)만이 두자릿수 승수를 기록했다. 89년생 10대 기사 둘의 맹활약이 올해 바둑리그의 연소화 현상을 요약해 준다. 전통적 강호인 유창혁(9승3패), 이창호 이세돌 조한승(이상 9승4패) 등도 10승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지명 순위에 관계없이 무작위 오더 방식으로 대회를 치렀음에도 지명 군(群)별 평균 승률은 들쑥날쑥했다. 1순위 지명자의 승률은 60.0%(63승42패)로 2지명자(61.3%·57승36패)보다 못했다. 5지명자의 전체 승률(36.8%·21승36패)도 4지명자(34.5%·20승38패)를 능가했다. 1지명자로 뽑히고도 ‘반 타작’에 못 미친 선수가 2명이나 나왔는가 하면, 5지명자 중에서 7승의 허영호와 승률 6할7푼의 조혜연이 배출됐다. 오더(기용 순번) 탓일 수도 있지만 선수 선발 당시 ‘옥석 구분’이 덜 정밀했다는 방증이다. 올해는 우선 지명선수(와일드카드)로 ‘대박’을 터뜨리는 팀이 안 나왔다.

순위 가리기 방식에선 치명적 문제점이 드러났다. 울산디아채 제일화재 한게임 등 8승6패 동률 3팀 중 제일화재는 전체 승수 30, 전체 패수 31의 5할을 밑도는 승률로 포스트시즌에 턱걸이한 반면 한게임은 5할 이상의 승률(29승28패)로도 4강 탈락, ‘천국과 지옥’으로 갈렸다. 당초 동률 발생시 패수는 버리고 승수만을 비교하는 불합리한 규정을 만든 탓이다.

바둑리그는 2주간 휴식을 취한 뒤 내달 7일부터 3위 울산디아채 대 4위 제일화재 간의 준플레이오프로 이어진다. 그 승자는 14일부터 2위 팀 신성건설과 플레이오프에서 만나고, 다시 그 승자는 1위 팀 영남일보와 19일부터 3연전으로 챔피언 결정전을 치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