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적 ‘벼랑끝’에서 만나다

원성진(22)은 ‘불운한 송아지’로 불린다. 소띠 동갑내기 박영훈 최철한이 출세 가도를 달리는 동안 번번이 간발의 차로 스타덤을 비켜 갔다. 네 차례나 준우승에 머물다가 지난봄 신인왕전에서 첫 우승을 일궈내긴 했으나 성에 찰 리 만무하다. 최고 유망주로 주목받던 랭킹도 어느새 11위까지 밀려났다.

강동윤(18)은 87년과 89년 출생 유망주 그룹인 ‘8789’ 멤버의 선두주자. 올 들어 전자랜드배에서 이창호를 꺾고 우승했고 신예연승최강전마저 제패했다. 바둑리그에선 기라성 같은 선배 강호들의 틈을 비집고 다승왕을 손에 넣었다. 랭킹도 수직 상승을 거듭해 9위까지 올라왔다.

‘원조 신인’ 원성진과 ‘신참 스타’ 강동윤이 타이틀 길목에서 마주친다. 21일 강원도 양구군에서 시작되는 제12기 천원전 결승 5번기에서다. 원성진에게 천원전은 2003년 8기 때에 이은 4년 만의 재도전. 당시 라이벌 최철한에게 1대3으로 역전패하면서 둘의 운명도 바뀌었었다. 강동윤이 우승한다면 신인 기전 3회 포함 5번째 정상 등극이 된다.

원성진이 그동안 강동윤의 ‘천적’ 구실을 해왔다는 게 변수다. 강 七단이 2003년 첫 만남을 장식했지만 이후 지난해까지 원 八단이 내리 4연승 중이다. “넌 아직 어리잖니. 내가 좀 급하단다.” “형, 나도 바쁘단 말이에요.” 신인들 간의 ‘오뉴월 하루 햇볕’ 싸움이 더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