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끝내기 수학(數學)

〈제12보〉(161~179)=조훈현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희대의 천재. 하지만 초·중반에 비해 종반은 상대적으로 덜 정확하다는 평을 듣는다. 발군의 수읽기로 중반 이전에 승부를 결정하던 습관 때문에 종반 단련의 기회가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만약 그가 종반까지 완벽했더라면 이창호시대 개막은 좀 더 뒤로 늦춰졌을 것이란 진단도 있다. 조훈현과 이창호 사제는 상호 보완 속에 바둑의 베일을 벗기는 공동 작업까지 했던 셈.

161 때 162의 후퇴는 당연하다. 참고도 2로 단수 치는 맥점이 있기 때문. 9, 13으로 파호(破戶)해봐도 20에 이르면 흑 대마는 중앙으로 연결해가고 백이 오히려 잡힌다(5…▲). 초읽기 와중이라지만 프로들에게 이 정도는 단 5초면 읽어내는 기본 변화에 속한다.

165로 나갔을 때 166의 먹여침도 묘하다. 흑은 168로 나가는 쪽이 2집 이득인데, 그러나 백은 174 단수로 임시변통 후 선수(先手)를 잡게 된다. 이른바 기자쟁선(棄子爭先)의 이치다. 176은 양단수를 피한 당연한 후퇴. 179로 ‘가’로 젖히는 것은 백 ‘나’가 선수가 돼 득이 없다. 그렇다면 179와 ‘다’는 어디가 더 클까. 다음 보에서 비교해보자. (171…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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