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 작품상-감독상 후보…명품 작품 & 명감독 열전

올 한 해도 수많은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단군 이래 최악'이라는 말까지 나돌았지만, 이번 청룡영화상에도 지난 27회와 같은 103편의 영화가 후보 대상작에 올랐다. 트로피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관문은 여전히 험난한 셈이다.

20대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후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작품상 후보는 '화려한 휴가'(감독 김지훈), '미녀는 괴로워'(감독 김용화), '행복'(감독 허진호), '우아한 세계'(감독 한재림), '그놈 목소리'(감독 박진표) 등 다섯 편. 공교롭게도 이들 영화의 메가폰을 잡았던 감독 다섯 명이 모두 감독상 후보에도 올랐다. 영화인들과 네티즌들이 엄선한 작품(감독)들이니만큼 그 면면도 화려해 수상 결과를 좀처럼 가늠하기가 힘들다.

'화려한 휴가'는 '디 워'와 함께 올 여름 극장가를 양분했던 토종 블록버스터로 이번 청룡영화상에서도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80년 광주 민주화항쟁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를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700만명이 훌쩍 넘는 관객을 불러모았다. 특히 메가폰을 잡은 김지훈 감독의 투혼과 변신이 빛났다. 전작 '목포는 항구다'에서 코미디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김 감독은 '화려한 휴가'에서 숨겨진 재능을 마음껏 펼쳐보였다. 주제 의식은 살리되 결코 무겁지만은 않게 철저히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춘 감각이 빛났다는 평이다. 이뿐 아니라 촬영 도중 제작비가 떨어져 위기를 맞았을 때도 직접 발품을 팔며 돈을 마련하는 등 영화에 아낌없이 한몸을 바쳤다.

'미녀는 괴로워'도 지난해 전국에 S라인 열풍을 불러 일으키며 660만 관객을 불러모았던 흥행작.

전작 '오! 브라더스'로 연출력과 흥행성을 고루 인정받았던 김용화 감독이 다시 한번 흥행의 마법을 부렸다.

캐스팅 당시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김아중의 숨은 매력을 극대화시켜 일약 특급 스타 반열에 올려놓은 이 작품은 '사랑'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우뚝 선 주진모의 재발견까지 이뤄냈다.

실제 공연을 방불케 한 김아중의 콘서트 신은 관객들의 귀와 눈을 고루 즐겁게 해 준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가장 최근 개봉작인 '행복'은 '멜로영화의 귀재' 허진호 감독이 처음으로 100만 관객 돌파의 기쁨을 맛본 작품.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 등 전작을 통해 사랑에 관한 남다른 시선을 보여줬던 허 감독은 '행복'에서 잔인하리만큼 현실적인 사랑을 덤덤한 화법으로 풀어나가 호평을 받았다. 1차 예심단 역시 뜨거운 지지를 보내 '화려한 휴가'와 함께 최다 노미네이트되는 기쁨을 누렸다.

연출 데뷔작 '연애의 목적'으로 평단과 관객의 고른 호응을 얻었던 한재림 감독의 '우아한 세계'도 만만찮다. '우아한 세계'는 조폭이라는 진부한 캐릭터를 내세우면서도 가장의 쓸쓸함과 쳇바퀴 도는 듯한 숙명을 묵직하게 그려냈다. 한 감독 특유의 탄탄한 내러티브와 페이소스가 돋보인다는 평이다.

박진표 감독의 '그놈 목소리'는 후보작들 중 유일하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이미 '너는 내 운명'으로 청룡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는 박 감독은 다큐멘터리 PD 출신답게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을 진부하지 않고 긴박하게 그려냈다. 그 결과 '그놈 목소리'는 극심한 불황에 허덕이던 올 상반기 극장가에서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킹에 오르기도 했다.

이미 103분의 5에 선정되며 진가를 인정받았지만, 트로피는 하나다. 트로피의 주인공이 누가 될 지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 Copyrights ⓒ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