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와 브레히트는 닮았다?

이씨는 “안무가 피나 바우슈(Bausch)와 비틀스(Beatles)처럼 제가 좋아하는 예술가들도 처음에는 욕을 많이 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며 굳이 나 자신을 말로 정의하거나 틀에 가두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공연이 끝나면 ‘적벽가’ 완창으로 다시 또 튀어나갈 계획이다. (02)751-1500

판소리와 브레히트. 언뜻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조합을 젊은 소리꾼이 하나로 엮어낸다.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정동극장 무대에 오르는 창작 판소리 ‘사천가’는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이 원작이다.

대본을 쓰고 소리까지 맡은 소리꾼 이자람씨는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로 시작하는 노래 ‘내 이름’의 주인공이다. 당시 “예~”하고 달려가던 네 살배기 꼬마는 29세의 젊은 소리꾼이 됐다. 그는 판소리와 브레히트의 극에 닮은 구석이 많다고 했다. “브레히트가 끊임 없이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면서 거리 두기를 권하는 것처럼, 판소리에서도 소리꾼이 심 봉사가 물에 빠지는 대목을 읊다가도 갑자기 ‘어이구 목 탄다. 물이나 마시고 합시다’라며 그 장면 밖으로 걸어나와요. 다른 듯 또 닮아있는 모습이 재미있어요.”

그는 고교생 때인 1997년 4시간에 걸쳐 ‘심청가’를 완창했고, 2년 뒤인 1999년에는 8시간에 걸쳐 ‘춘향가’ 완창 공연을 했다. 하지만 홍대 클럽에서 한 달에 4차례 정도 무대에 서는 ‘이자람 밴드’의 리드 보컬이기도 하다. 전통과 현대, 양악(洋樂)과 국악, 고전과 대중 음악이라는 이분법적 등식이 이 소리꾼에게는 통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