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음악인상 등 수상자 못 뽑아
음악분야상 계속 늘고 있기 때문
“상은 넘치는데 정작 받을 사람은 적고….”
요즘 음악계의 고민이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지난 1일 올해 제4회 금호음악인상 수상자가 없다고 발표했다. 만 25세 이하 클래식 기악 연주자 가운데 탁월한 활동을 벌인 음악인에게 매년 수여하는 상이다. 하지만 심사위원단은 “뛰어난 실력과 훌륭한 경력을 갖췄다고 해도 음악인상에 적합한 지원자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발전적인 위상 정립을 위해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원문화재단도 최근 제2회 대원음악상 수상자를 발표했지만, 음악가 개인이 아니라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원장 김남윤)이라는 단체에 상이 돌아갔다. 신인상 부문은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대신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과 더블 베이스 연주자 성민제(이상 한국예술종합학교), 첼리스트 강승민(독일 한스 아이슬러 음대) 등 3명에게 장려상을 주기로 했다.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일이 일상사가 되고 있는 요즘, 음악계의 인재 고갈을 이유로 들기는 힘들 것이다. 두 음악상이 비슷한 시기에 잇달아 수상자를 내지 못한 것은 음악 분야의 상이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금호음악인상, 대원음악상 외에도 난파 음악상, 가원 음악상, 쇼메 뮤직 어워드 등 5~6개의 음악 분야 상이 해마다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난파(蘭坡) 홍영후(洪永厚)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68년 제정된 난파 음악상을 제외하면, 대부분 5회 안팎의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실상의 ‘중복 수상’도 생긴다. 지난 2005년 대원예술인상을 수상한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지난해 금호음악인상을 받았다.
음악계에서는 비슷한 성격의 상을 늘리기보다는 차별성 있는 음악 후원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뉴욕의 카네기 홀의 ‘퍼스펙티브 시리즈(Perspective Series)’를 실례로 든다. 매년 연주자를 3~4명씩 선정해서 각각 6~7차례의 음악회를 열어주며 그 음악가의 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기획이다. 한 피아니스트는 “연주자에게 실제 필요한 것은 상장보다는 관객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무대일 경우가 많다. 혹시 ‘1회성 시상’에 그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