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영정앞에 눈물로 바친 하모니카 사모곡

전제덕이 시력을 잃은 것은 생후 한달 쯤 지나 홍역을 앓은 뒤부터였다. 그는 “어머니는 평생 제 때 병원을 찾지 못해 아이를 앞 못 보게 만들었다는 자책감 속에 사셨다”며 “과일, 채소를 거리에서 팔면서 제 시력을 되찾기 위해 각종 병원이나 종교단체를 쫓아다녔던 세월이 길었다”고 했다.

그러나 전제덕이 특수학교를 다니는 동안 장구 연주에 특별한 소질을 보인 뒤, 하모니카에 빠져들자 안씨는 그의 뒷바라지에 온 힘을 쏟았다. 낮에는 생계를 위해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밤에는 아들의 공연, 녹음 현장에 항상 붙어 다녔고, 악기 구매도 도맡았다. 전제덕이 다른 음악인들과 뒷풀이를 할 때면 어머니 안씨는 늘 그 옆자리에 앉아 조용히 웃고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 육체노동을 해야 했던 안씨로서는 하루 3~4시간도 제대로 자기 힘든 생활의 연속이었다.

21일 오전, 수원 아주대 병원 장례식장 지하 7호실. 검은 상복을 입은 시각장애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33)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사물의 형체를 구별할 수 없어 흐릿한 눈동자, 하지만 그는 분명 어머니 안재순(55)씨 영정을 응시하고 있다. 그토록 기다리던 장애인 아들의 결혼식을 4일 앞두고 그녀는 간암 후유증으로 끝내 눈을 감고 말았다.

장애를 극복한 전제덕은 자신의 연주 앨범을 히트시키고, 지상파 TV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이승철, 박진영, 이수영 등 유명 가수들 앨범 대부분에 연주자로 참여한 한국 대중음악계의 ‘보석’이다. 그런 그의 오늘을 만들어 준 사람이 바로 어머니 안씨다.

3년 전. 두 사람은 미아리의 스튜디오에서 첫 솔로 앨범 녹음을 마치고 함께 수원으로 택시를 타고 오면서 얼싸안고 울었다. 10여 년의 노력이 첫 번째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다음 날 두 사람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소화불량인 줄 알고 찾았던 병원에서 안씨에게 간암 2기 판정을 내린 것. 전제덕은 “가슴으로는 매일 울면서 신문과 방송 인터뷰에 나섰다”고 했다. “수술을 앞둔 어머니는 중환자실에서도 저한테 ‘공연 있다면서 빨리 가라’고 하셨어요. ‘게으름 피우지 말아라’, ‘내가 미안하다’고 하시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