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김상호, "밥벌이 못할줄..."

"제 손으로 밥벌이 못하고 살 줄 알았다."

남우조연상을 거머쥔 김상호는 고마운 사람들의 이름을 나열하다 아내를 언급하는 순간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동안 말없이 자신을 믿고 따라온 아내의 얼굴이 떠올라서다.

김상호는 고향 경주에서 무작정 상경해 90년대 초반 대학로와 인연을 맺어 연극 배우로 활동해오다 2004년 영화 '범죄의 재구성'에서 화폐 위조기술자 역을 능청스럽게 연기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너는 내 운명', '타짜',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등 화제작에 출연하면서 충무로의 감초 역 캐스팅 1순위로 떠올랐다.

그에게 청룡을 안겨준 이준익 감독의 '즐거운 인생'에선 수많은 기러기 아빠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캐나다로 아내와 자식을 보내고 힘겹게 뒷바라지하지만 이혼을 당하는 '혁수'를 열연했다. 요즘 40대 남성들의 뒷모습을 눈물과 웃음속에 적절히 버무렸다는 평. 이혼을 받아들이기로 한 날, 애써 눈물을 머금고 웃으며 '불놀이야'를 부르는 장면은 진한 여운을 남겼다.

극중 드러머인 '혁수'로 변신하기 위해 촬영 1개월 전부터 하루 6~8시간씩 연습하는 프로 근성을 발휘하기도 했다.

최근 건강한 둘째 딸까지 얻어 안팎으로 복이 터졌다. 머리 숱은 거의 없지만 이제 서른 일곱. 그의 배우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Copyrights ⓒ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