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의 권위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 그 이면에는 늘 엄청난 산고가 뒤따랐다. 제28회 청룡트로피의 주인공을 가리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9명의 심사위원들은 서울 장충동 모처에서 목요일(23일) 오후 진행된 심사에 참여해 3시간 가까이 격론을 펼치며 주요 부문의 수상작(자)들을 선정했다.
지난해 박중훈 안성기의 공동 수상이라는 화젯거리를 낳았던 남우주연상 부문에서는 영화보다 더욱 극적인 드라마가 연출됐다. 그 어느 때보다도 쟁쟁한 후보들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심사위원들은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로 쉽게 갈렸다. '우아한 세계'의 송강호가 7표를 얻어 각각 1표씩 얻은 설경구와 김상경을 제치고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그가 없는 '우아한 세계'는 상상할 수 없다"는 게 선정 이유. 자타가 공인하는 연기파 배우임에도 유난히 상복이 없었던 송강호가 청룡 무관의 설움을 씻는 순간이었다. '우아한 세계'는 최우수 작품상에도 뽑혀 송강호의 기쁨은 배가 됐다.
여우주연상 트로피는 '칸의 여왕' 전도연이 차지했다. 전도연 역시 99년 '내 마음의 풍금'으로 주연상을 받은 이후 8년 만에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임수정 등도 좋은 평을 얻었지만, 심사위원들은 전도연의 '에너지'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례적으로 6명이 후보에 올라 접전을 예고했던 남우조연상 부문도 김상호라는 새로운 스타를 배출해냈다. 심사위원들은 "6명의 후보들 모두 훌륭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며 고심한 끝에 김상호의 손을 들어줬다. "상황에 잘 맞게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힘이 돋보인다"는 중평. 여우조연상은 "연기력만 갖고 보면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의견 속에 나문희의 품으로 돌아갔다.
남녀신인상은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커플 다니엘 헤니와 정려원이 나란히 거머쥐었다. 헤니의 연기에 대해서는 "환골탈태"라는 표현으로 호평했고, 이태란과 경합을 펼친 정려원은 신선함과 가능성을 더욱 인정받았다.
올해 최종심사에는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심사위원장을 맡은 가운데, 강한섭(서울예대 교수), 김지숙(극단 전설 대표), 김철규(KBS PD), 노종윤(노비스엔터테인먼트), 장현수(영화감독), 조진희(숙명여대 교수), 조혜정(수원대 교수), 강일홍씨(스포츠조선 엔터테인먼트부 부장) 등이 참여했다.
- Copyrights ⓒ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