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장검과 단도

〈총보〉(1~250)=같은 칼이라도 검(劍)과 도(刀)로 구분된다. 전자는 찌르기가 주 목적이고 후자의 용도는 무언가를 베는 것이다. 전자가 무기로 분류되는 반면 후자는 간혹 흉기로 사용되기도 한다. 조훈현이 검(劍)이라면 후야오위는 도(刀)에 비유할 수 있을까. 정통파 장검(長劍)이 단도(短刀)의 치명적 살상력에 당했다.

전체적으로 조훈현 특유의 예리함과 승부 기질이 실종된 한 판. 우하귀의 패를 버티지 않은 것도 미스터리다. 85로도 참고도 1로 한 발 더 갔더라면 중앙이 눈밭으로 변하는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115까지의 팽팽하던 균형은 오후 들어 기어이 깨졌고 다시는 뒤집지 못했다.

이로써 조훈현은 2년 연속 같은 기사에 의해 탈락하는 드문 수모를 맛보았다. 전기(前期) 준우승자 후야오위는 첫 판서 이창호를 반 집 차로 꺾더니 그의 스승 조훈현마저 따돌리며 8강으로 날았다. 한국의 자랑스러운 사제(師弟)를 연파한 후야오위의 다음 상대는 박정상. 하회가 기대된다.(117 123…33, 120 126…40, 171…166, 205…194, 230…77, 250…121, 250수 끝 백 2집 반 승, 소비시간 백 2시간59분, 흑 2시간5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