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해설·피아노… 아이들의 귀를 위한 1인 3역 콘서트

김예린(성산초 4년)양과 이주연(성북초 4년)양은 열한 살 동갑내기 친구다. 예린이가 전학을 가면서 자주 볼 수는 없게 됐지만, 둘은 한 달에 한 번씩 특별한 만남을 갖는다. 피아니스트 김대진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가 진행하는 청소년 음악회인 ‘김대진의 음악 교실’에서다. 둘은 올해만 네 번째 이 음악회를 찾았다. “음악이 재미있어요.” “김대진 아저씨가 말씀을 잘해주세요.” 지난 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나란히 앉은 두 친구의 눈망울은 초롱초롱했다.

예술의전당이 진행하는 상설 공연 프로그램 가운데 관객의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공연이 바로 ‘김대진의 음악 교실’이다. 중간 휴식 시간에도 커피를 마시는 대신 공기놀이와 요요를 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어린이 관객의 앉은키를 높여주기 위해 ‘키 높이 방석’이 평소보다 2배 이상 필요한 음악회이기도 하다.

24일 프로그램은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이었다. 무대 등장과 함께 강남 심포니의 지휘봉을 잡고서 교향곡의 한 소절을 들려주던 김대진 교수는 연주를 멈춘 뒤 “야릇하게 끝났죠. 비틀스(Beatles)보다 무려 130여 년 전에 작곡됐지만 비틀스만큼이나 환상적이고 환각적인 작품”이라며 말문을 연다. 당시 작곡가가 사랑했던 여인에 대한 애정과 환상을 담은 ‘고정 악상’을 들려준 뒤에는 “작곡가의 열정이 느껴지나요?”라며 되묻는다. 객석이 조용하자, 김 교수는 곧바로 무대 앞의 피아노로 다가가 건반으로 선율을 다시 연주해준다. 이렇듯 지휘와 해설, 피아노까지 김 교수의 ‘1인 3역’을 볼 수 있는 콘서트이기도 하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의 특성상, 교향곡 5악장 전곡을 연주하는 대신 2·4악장 전체를 연주하고 나머지 악장은 주요 대목을 해설과 연주로 꼼꼼하게 분석했다. 어른으로 자란 뒤에도, 해설 없이 언제든 같은 곡을 즐길 수 있게끔 하겠다는 것이 이 음악회의 목표다. 앙코르 연주가 끝난 뒤 김 교수의 사인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어린이 관객의 표정에서 그 가능성이 느껴졌다. 매달 한 차례씩 토요일마다 열리는 이 음악회는 내년에는 20세기 음악으로 ‘학습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12월 15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시벨리우스의 서정과 서사’, (02)580-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