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배우들 '섭외 전쟁' 없는 자발적 축제 참여 꿈일까

지난 금요일(23일) 밤, 제28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끝났다. 폭우 속에서 국립극장을 뜨겁게 달궜던 별들의 향연도 마치 한순간의 꿈처럼 아스라히 사라졌다. 영화팬들이야 마냥 서운하겠지만, 담당기자 입장에서는 섭섭함보다 '시원함'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매년 그렇지만 올해도 한바탕 섭외 전쟁을 치렀다. '힘들겠다' '못(안) 오겠다'는 배우 측과 '꼭 와달라'는 주최 측의 줄다리기는 해가 갈수록 더 격렬해지는 분위기다.

대개 섭외를 시작했을 때 배우 쪽의 반응은 '스케줄을 확인해봐야 되겠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놀고 있지 않은 이상에야 스케줄의 확인과 조정은 필수다. 한데 문제는 스케줄을 확인해 본 후 '참석하겠다'는 시원한 답변이 돌아오는 확률이 극히 적다는 점이다. 난색을 표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가 바로 촬영 스케줄. 심지어 '사람들 많은 자리가 부담된다'는 등 일종의 울렁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 대인공포증을 딛고 스타로 우뚝 선 이들에게 박수라도 보내야 할 판이다.

그러나 주최하는 입장에서 순순히 물러설 수도 없는 노릇. 계속된 설득 끝에 돌아오는 '핵심 주제'는 한결같다. 말은 길지만 요약하자면 '상을 주면 가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상도 못 받는데 가서 들러리 노릇하기가 싫다'는 것이다. 심지어 매니저들도 '영화제를 자신들의 축제로 생각하는 배우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다.

물론 마냥 이들만 탓할 수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섭외의 어려움은 해마다 각종 시상식과 영화제가 새로이 생겨나면서 더욱 가중되는 느낌을 받는다. 일부 시상식에서 수상과 참석의 거래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보니 배우들이 '수상=참석'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만은 아니다. 이래저래 섭외는 갈수록 힘들고, 동료들의 수상에 박수치고 기뻐해주는 광경 역시 사라져가고 있는 미풍양속이 돼 버렸다.

그래서일까. 화려했던 세리머니보다도 뒤풀이 장소로 달려와 밤새도록 송강호를 축하해준 설경구, 그리고 스케줄을 조정해가며 흔쾌히 인기스타상 MC를 맡아 웃음을 안겨준 신현준 탁재훈의 모습이 더욱 눈에 아른거린다. 상과 관계없이 시간과 여건이 허락하는 모든 배우들과 영화 관계자들이 함께 어울리는 축제의 한마당. 생각만 해도 얼마나 멋진가! 하지만 이같은 유쾌한 상상은 여전히 남북통일보다 더욱 먼 일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