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연속 펼쳐지는 ‘타이틀전 드라마’

‘프로 바둑 타이틀전의 꽃’으로 불리는 도전기 및 결승전이 연말을 맞아 봇물을 이루게 됐다. 제51기 국수전, 제26기 바둑왕전, 제12기 천원전, 제12기 GS칼텍스배의 결승 또는 도전기가 12월 2일부터 5일까지 매일 펼쳐지는 것. 4일 연속 타이틀전은 국내 바둑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전기 우승자에게 기득권을 줄 경우 도전기, 전원 평등한 조건으로 최종 2인이 남으면 결승전이 된다. 결정적 고비에 접어든 4개 기전의 현재 전황과 이번 대국의 전망을 점검해 본다.

▨국수 도전 5번기 2국(윤준상 VS. 이세돌)

지난 기 이창호로부터 국수위를 물려받은 윤준상(20)의 첫 방어전. 그 승리로 윤 六단은 올해 전반기 최고의 신예로 떠오르면서 왕위전 준우승, 신예 10걸전 우승으로까지 기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내년 시즌 더 큰 도약을 노린다면 국수위는 절대적 거점(據點)이다. 이번 방어전서 실패할 경우 메이저 기전 타이틀 홀더 명단에서 탈락하게 되기 때문.

생애 처음 국수전 도전 무대에 입성한 이세돌(24)은 지난 달 벌어진 1국서도 윤준상에게 흑 불계승, 기선을 제압했다. 세계 최강이란 평가 속에 국내 웬만한 타이틀을 모두 접수해 본 이세돌은 “가장 갖고 싶은 기전은 국수전”이라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상대 통산 전적은 이세돌이 2승1패로 우세.

▨바둑왕전 결승 2·3국(조한승 VS. 이창호)

조한승(25) 九단은 현재 천원위를 보유 중이지만 올해는 중도에 탈락, 연말쯤 새로운 우승자에게 타이틀을 이양해야 한다. 사실상의 무관이란 뜻. 앞서 명인전서 이세돌에 막혀 준우승에 머문 조한승에게 올해 바둑왕전은 마지막 보루다. 원성진 이영구 최철한 등을 꺾고 승자조 우승 후 지난 달 결승 1국도 장식하는 등 본선서만 5연승의 쾌조다.

이창호(32) 九단은 승자 준결승과 결승 1국에서 연속 조한승에게 패했다. 통산 전적서도 최근 3연패 포함 19승9패로 쫓기고 있다. 2, 3국을 연승해야만 2년 만의 바둑왕 복귀가 성사된다. 왕위와 중환배만을 보유 중인 이창호로선 놓칠 수 없는 기회. 역대 바둑왕전서 이창호는 통산 8회 우승했고, 조한승은 23기 때 딱 한 번 결승에 나갔으나 이창호에 져 준우승에 그쳤었다. 1대1이 될 경우 3국을 함께 거행, 이날 우승자가 결정된다.

▨천원 결승 5번기 제2국(원성진 VS. 강동윤)

원성진(22) 八단은 4년 전 동갑 라이벌 최철한과 천원을 놓고 ‘ 생애 첫 타이틀’ 싸움을 펼친 적이 있다. 우승은 1패 후 3연승한 최철한의 몫으로 돌아갔고, 이후 최철한은 수직 상승한 반면 원성진은 잇단 불운에 시달렸다. 4년 만에 다시 잡은 기회를 결코 놓칠 수 없는 이유다. 혼신의 힘을 쏟아 부은 원성진은 지난 달 1국을 흑 불계승했다.

강동윤(18) 七단은 올해 전자랜드배와 신예연승 최강전 우승자. 바둑리그서도 다승왕에 올랐다. 화려했던 올 시즌 승리의 제단에 천원 우승컵을 마지막으로 바치려는 집념이 강하다. 1승 후 내리 5연패한 상대 전적만 의식하지 않는다면 흑 차례인 2국은 반격의 교두보가 될 가능성도 있다.

▨GS배 도전5번기 제3국(이세돌 VS. 박영훈)

현역 7관왕인 이세돌은 지난 8월 물가정보배 결승 2국 이후 각종 도전기, 결승서 무려 8연승을 달리는 중이다. 이 중엔 GS 칼텍스배서 박영훈(22)에게 거둔 2연승도 포함돼 있다. 3국서도 승리한다면 이날로 이세돌의 2연패(連覇)가 결정된다. 가공스런 질주 속에 GS배마저 이세돌의 손아귀에 절반 이상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박 九단의 올해 기세도 만만치 않다. 랭킹(3위) 상승 속에 후지쓰배를 사냥했고 기성위를 3연패(連覇)했다. 내년 1월 삼성화재배서도 이세돌과 3번기로 패권을 겨루게 된 박영훈으로선 3국서 뭔가를 보여주어야 한다. 통산 8승 13패로 뒤진 박영훈의 반격 여부는 차후 바둑계 전체 판도 재편 여부에도 직결될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