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백윤식 vs 임창정 '스크린 코믹연기 맞대결'

안 웃기는 듯 웃기는 배우, 웃기면서도 눈물까지 흘리게 하는 배우.

참 묘한 수식어지만 백윤식과 임창정은 이같은 매력을 지닌 배우들이다. 두 사람은 현재 개봉 중인 영화 '마을금고연쇄습격사건'(감독 박상준)과 '스카우트'(감독 김현석)에서 각각 자신들의 장기를 십분 발휘하고 있다. 영화계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히 하고 있는 두 배우를 만났다.

절정의 포스, 백윤식

표정없이 웃겨주다

백윤식. 스크린 속의 그는 마치 시한폭탄같다. 무표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대사와 중저음을 유지하다 이따금씩 뒤집어지는 목소리의 변주는 그만의 필살기. 본인은 "일부러 웃기기 위한 연기는 하지 않는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백윤식표 코미디 연기의 포스는 이미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그런 그의 포스는 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마을금고연쇄습격사건'(이하 마을금고ㆍ감독 박상준)에서도 유감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마을금고'는 기획 단계부터 그와 이문식을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 벌써 형사반장 역을 맡은 백윤식의 캐릭터가 대충 짐작된다. 그가 연기한 구성한은 '당연히' 법과 정의를 수호하는 'FM' 경찰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그렇다고 마냥 나쁜 사람은 아니다. 지나치게 '재테크'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문제라서 그렇지 본업에는 나름 충실하다. 백윤식은 구성한 반장을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물론 "절대 그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는 말과 함께.

그러고 보니 백윤식이 그동안 맡았던 캐릭터들은 뭔가 올바르지 못한 구석이 있었다. '범죄의 재구성'에서 맡았던 김 선생 역을 비롯해 '싸움의 기술'에서의 오판수, '타짜'의 평경장 등 대부분의 캐릭터가 '음지'에서 일하는 직업의 소유자들이다. 어쨌건 흥행에 성공했고 호평을 받았으니 큰 상관이야 없겠지만, 환갑의 나이에 점잖지 못한 배역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대답 역시 백윤식답다. "그래도 나쁜 쪽 종사자들 중에서는 반듯한 역할이지 않소."

'마을금고'에서 함께 주연을 맡은 이문식과는 '은행 동기'다. '범죄의 재구성'에서 한국은행을 털기 위해 뭉쳤던 두 사람은 이번 작품에서는 상대역으로 나섰다. 이문식은 딸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은행 강도가 됐고, 경찰인 그는 자신의 비행을 감추기 위해 은행이 털리는 것을 막으려 나섰다. 그에게 현장은 늘 즐겁다. '마을금고' 역시 마찬가지. 거의 대부분의 스케줄을 지방에서 소화했지만, 언제나 그랬듯 '청춘처럼' 촬영에 임했다. 중간에 제목이 바뀌는 등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낙천적인 그는 "관객들에게 좀 더 다가가기 위한 과정일 것"이라고 했다. 진정 일을 즐기는 백윤식. 당분간 그의 연기 회춘은 계속될 듯 싶다.

 

임창정, "사람들은 내가 웃기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웃기면서 눈물주다

"'스카우트' 촬영하면서 평생 친구인 '야구'를 만났어요."

영화 '스카우트'(감독 김현석) 인터뷰를 위해 만난 임창정은 한손에 야구공을 들고 있었다. 혼자 야구공을 위로 던지고 받고하며 즐거워 하는 표정이 마치 새 장난감을 든 어린아이 같았다.

"야구가 이렇게 운동이 많이 되는지, 재미있는지를 몰랐어요. 왜 모르고 살았는지 너무 안타까워요." 그동안 임창정에게 야구는 눈으로 즐기는 관람 스포츠였을 뿐. '스카우트'를 만나면서 야구라는 운동을 처음 시작했고 이내 푹 빠져버렸다.

그런데 정작 영화에서 임창정이 야구 실력을 보이는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상 선동열 집에서 연습구 몇개 던지는 장면이 전부. 이 때문에 배우기 시작한 야구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지금은 연예인 야구단 '조마조마'에 입단해 당당히 등번호를 받고 정식 야구 선수가 됐다.

그렇다고 '스카우트'가 야구 영화라고 오해하면 안된다.

'스카우트'는 1980년 5월 광주, 고교 3년생 초고교 투수 선동열을 스카우트 하기 위해 대학 야구단 직원 이호창(임창정)이 광주로 내려가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당연히 주요 소재는 야구. 하지만 영화는 야구로 얽힌 한 개인의 역사와 사랑을 통해 한국의 현대사를 재조명한다.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야구와 사랑이라는 소재로 유쾌하게 한편으론 감동적으로 만들어냈다. 그러나 임창정이란 배우는 영화의 무거움을 가볍게 덜어낸다.

"사람들은 제가 웃기는 모습을 보고 싶어해요. 전 웃음과 눈물을 보여주는 사람일 뿐이에요." 예술가인척 어설픈 연기철학을 내뱉는 대신 그는 솔직하게 자신의 연기 신념을 밝혔다. 그게 감독이 원하는 주제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코미디 영화 '스카우트'에 임창정이 더 많은 애착을 갖는 것도 바로 이 때문. 울고 웃는 자신을 통해 관객들이 단순한 즐거움 이상의 것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는 당당하게 말한다. "'스카우트'가 임창정의 대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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