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술의 힘

“중국에 ‘신(新)문화혁명’이 시작됐다.”

영국 시사 잡지 뉴스테이츠먼 최신호(22일자)는 벨기에 출신의 가이 울렌스(Ullens) 부부가 지난 5일 베이징 다산쯔(大山子) 예술지구에 설립한 울렌스 현대미술센터(UCCA)를 두고 이같이 표현했다.

울렌스는 중국 예술품을 집중적으로 수집해온 세계적인 컬렉터. 이런 거물이 중국에 현대미술관을 연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현재 이곳은 장샤오강(張曉剛), 왕광이(王廣義) 등 중국을 대표하는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1985년 신(新)물결: 중국 현대미술의 탄생’ 등 각종 전시를 보려는 관람객들로 붐빈다.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강대국을 꿈꾸는 중국이 이젠 현대미술의 ‘중심 국가’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이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은 상하이 시내 근처 옛 공장촌인 쑤저우허(蘇州河)지역과 ‘M50문화구역’.

미국 시카고 선타임스는 25일 갤러리와 스튜디오가 곳곳에 들어선 이곳에 대해 “문화적 소양이 있는 관광객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 다산쯔 지역은 이보다 앞서 중국의 문화적 변신을 주도해 왔다. 원래 공장지대였다가 쇠락한 이곳은 저렴한 작업 공간을 찾아 몰려든 예술가들 덕분에 2000년대 이후 현대 아트 갤러리가 밀집된 수준 높은 문화지구로 탈바꿈했다.

중국 현대미술의 힘은 국제 미술시장에서 이미 입증됐다. 천안문(天安門) 유혈사태를 배경으로 한 웨민쥔(岳敏君)의 작품 ‘처형(1995년작)’은 지난달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590만달러(약 55억원)에 팔렸다. 26일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선 차이궈창(蔡國强)이 화약을 종이 위에 터뜨리는 등의 방식으로 그린 작품 14점이 중국 현대미술 경매 사상 최고가인 950만달러(약 88억원)에 낙찰됐다. 영국의 유명 컬렉터 찰스 사치(Saatchi)는 다미엔 허스트(Hirst)와 제프 쿤스(Koons) 같은 서양 스타들 작품을 제치고 장샤오강의 몽환적 초상화들을 모으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