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따라 파트너 따라…

좋은 공연, 좋은 자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뭉터기로 팔려나간다. 연말 시즌, 빽빽한 공연 리스트 앞에서 길 잃은 관객은 마음이 바쁘다. 그래서 코스별로 연극·뮤지컬 추천작을 골랐다. 코스는 가족, 연인, 중년 세 가지다. 

◆연인: ‘그 자식 사랑했네’는 보습학원 국어강사 미영과 영어강사 정태의 사랑 이야기다. 무대에 칠판과 의자뿐인 이 연극은 칠판을 360도 돌려가며 강의실·호프집·대학교·여관·골목길·버스·기차 같은 공간으로 뻗어나간다. 웃음?눈물?침묵이라는 사랑의 3단계를 밟아나가는 미영과 정태를 보는 객석 풍경은 이 드라마의 흡인력을 증명한다. 엔딩의 물글씨(?)도 좋다. 12월 11~30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02)744-4331

뮤지컬 ‘컨페션’의 이야기는 신파다. 청력을 잃어가는 작곡가 주현과 가수 지망생 태연의 사랑은 억지스럽다.

하지만 청각을 잃은 주현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태연이 ‘고백’을 노래하는 마지막 장면은 인상적이다. 부치지 못한 편지 같은 여자의 짝사랑, 들리지 않지만 입을 보며 건반을 누르는 남자, “할.수.있.어!”를 외치는 또 다른 여자의 사랑이 세 겹 힘으로 객석을 흔든다. 내년 1월까지 충무아트홀. 1544-1555

◆가족: 뮤지컬로는 ‘애니’다. 1977년 토니상 수상작으로 지난해 국내 초연된 ‘애니’는 어른이든 아이든 관객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가격 대비 만족도도 높다.

백만장자의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고아로 선택된 열한 살 소녀 애니의 이야기. 아역 배우들이 맑은 연기와 웃음으로 무대를 채우고, 전수경 주성중 등 노련한 배우들이 중심을 잡아준다. 개막이 보름이나 남았는데 객석의 절반이 벌써 팔려나갔다. 한국뮤지컬대상 베스트외국어뮤지컬상 수상작. 12월 15~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399-1771~3

연극은 ‘휴먼 코메디’가 답이다. ‘가족’ ‘냉면’ ‘추적’ 세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된 광대극이다. 이별 순간을 포착하는 ‘가족’은 사진 찍고, 식사하고, 태어날 아이 이름을 짓는 과정이 우울하면서도 희극적이다. ‘냉면’은 노래와 율동의 엇박자가 재미있다. 6명의 배우들이 3개의 칸막이 속으로 사라졌다 나타나며 14개 배역을 연기하는 ‘추적’은 연극이 배우예술임을 증명한다. 연기 지망 수험생은 꼭 봐야 할 연극. 대학로 틴틴홀에서 계속 공연. (02)766-0570

◆중년: ‘늙은 부부 이야기’는 늙은 연극이 아니다. 객석엔 중장년 관객이 반, 젊은 관객이 반이다. 20년 전 아내와 사별한 박동만이 30년 전 암으로 남편을 잃은 욕쟁이 이점순 여사의 집에 사글셋방을 얻으며 출발하는 이야기. 요즘 뜨는 연상녀 연하남 커플이다. 고요하면서도 힘있는 연극이다. 동만 역은 양택조·정종준이, 점순 역은 사미자·이혜경이 나눠 맡는다. 12월 1일부터 2월 10일까지 대학로 소극장 축제. (02)741-3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