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나가신다 발레야 비켜다오

연말 시즌이면 언제나 오페라는 발레가 마냥 부럽다.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 곳곳에서 만원 사례를 이루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오페라에도 비슷한 경쟁 상품이 있을까. 국립오페라단과 예술의전당이 고심 끝에 손잡고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을 연말 공연작으로 내놓았다. 다음달 6일부터 14일까지 무려 9일간에 걸친 무대다. 평소 4~5차례 안팎에 머물던 기존 오페라 공연 횟수에 비하면, 기간도 제작비도 2배 가까이 늘었다.

연말에 어울리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파리가 시공간적 배경이다. 가난한 시인 로돌포(테너)가 꽃을 수놓아 파는 미미(소프라노)를 만나면서 사랑이 싹튼다. 이 오페라에는 ‘어둠과 밝음’ ‘추위와 따뜻함’이 엇갈리듯 계속 교차한다.

미미는 불을 빌리기 위해 로돌포의 방을 두드리고, 촛불 꺼진 어둠 속에서 바닥을 더듬거리다 손을 맞잡고 노래 부른다. 테너(로돌포)의 아리아 ‘그대의 찬 손’과 소프라노(미미)가 부르는 ‘내 이름은 미미’다.

이어지는 이중창에서 로돌포와 미미는 “겨울이 지나고 나오는 첫 햇살은 나의 것. 4월의 첫 키스도 나의 것”이라고 입을 맞춘다. 3막에서도 “꽃피는 봄에 헤어져요. 이 겨울이 영원히 계속되기를”이라며 희망을 꿈꾸지만, 둘의 사랑은 그 겨울을 넘기지 못한다. 로돌포와 친구들의 다락방에서 시작하는 1막과 4막은 정확히 닮은 꼴이다. 하지만 1막에서는 두 주인공의 사랑이 싹트고, 마지막 4막에서는 그 사랑이 지고 만다.

로돌포(테너 신동호·류정필·정능화), 미미(소프라노 박정원·이윤아·김세아), 무제타(소프라노 오미선·한예진·김현심) 등 주요 배역을 ‘트리플 캐스팅’으로 펼쳐 보인다. 줄리안 코바체브 지휘의 코리안 심포니가 연주를, 울리세 산티키가 연출을 각각 맡는다. ‘호두까기 인형’에 버금가는 연말 인기작이 될 수 있을지는 연인 관객들의 가슴을 얼마나 따뜻하게 덥힐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12월 6~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86-5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