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목은 ‘미완성’… 그러나 연주는 새로운 완성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박력 넘치는 오케스트라의 총주(總奏)에서 유려한 현악으로 넘어가는 순간, 허공을 휘젓고 있던 지휘자 임헌정의 지휘봉이 그만 바이올린 파트로 떨어져 버렸다. 하지만 부천 필하모닉의 앙상블은 그 순간에도 한 치 흐트러짐이 없었다.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에 이어 브루크너(Bruckner) 교향곡 대장정에 나선 부천 필하모닉의 첫 번째 연주회는 ‘지휘봉 에피소드’로 약간의 유쾌함을 더했다.

작곡가 브루크너가 완성 짓지 못하고 타계했던 교향곡 9번을 만 2년에 걸친 시리즈 연주회의 출발점으로 삼은 것부터 의미심장했다. 2악장 스케르초에서 한껏 몰아친 뒤, 마지막 3악장 아다지오에서 어떻게 열락(悅樂)의 세계를 묘사해내는지가 관건이다. 2악장 도입부에서 부천 필하모닉은 좀처럼 보여주지 않았던 남성미를 한껏 과시했다. 질서정연하면서도 거세게 밀어붙이는 악단의 연주에서 시리즈 연주회를 위해 흘렸을 땀과 연습량이 자연스럽게 배어났다.

통상적인 편성보다 호른·트롬본·트럼펫 등 관악 주자를 1명씩 ‘병력 증강’시켰고, 심지어 3악장 말미를 위해 팀파니 주자까지 2명을 동원했다. 편성이나 판본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있었지만, 듣는 쾌감만큼은 확실히 증폭됐다. 최종 악장의 중반과 종결부에서 몇몇 관악기의 실수가 있었지만, 세련되면서도 윤기 있는 현악은 “브루크너의 교향악은 오르간의 음색과도 닮아 있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이날 연주회에서 부천 필하모닉은 ‘미완성’이라는 주제로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 ‘미완성’과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함께 연주했다. 슈베르트의 ‘미완성’은 1악장 도입부에서 다소 느린 템포로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두 ‘미완성’을 묶어서 들려줬지만, 이들의 연주는 결코 ‘미완성’이 아니었다. 부천 필은 내년 2월 29일 부천시민회관에서 브루크너의 교향곡 3번으로 전곡 연주회를 이어간다. (032)320-3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