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설경구 "이번엔 왕 소심남… 저 같으면 친구도 안해요"

그가 스크린을 찢어놓을 듯 '나 돌아갈래!'를 외칠 때 우리는 이미 대형 스타의 탄생을 예감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후 설ㆍ경ㆍ구 이름 석 자는 연기파 혹은 개성파 배우의 대명사가 됐다. 더욱이 그가 우리를 놀래키는 건 신들린 듯한 연기 뿐만이 아니다. 영화인들이 '처절해서 눈 뜨고는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을만큼 혼신의 힘을 다하는 그의 연기에 대한 태도 때문이다. 이는 작품마다 나타나는 그의 체형 변화를 통해서도 바로 알 수 있다. 새 영화 '싸움'(감독 한지승)의 개봉(12월13일)을 앞두고 설경구를 만났다.



　-우선 '싸움' 이야기부터 하죠. '왕 소심남'으로 나온다던데요.

▶'트리플 A형'이라고나 할까요. 홍다리사슴벌레를 애완용으로 기르며, 연필도 ㎜단위로 깎는 진짜 소심한 곤충학 강사로 나오죠. 솔직히 매를 버는 타입이죠. 저같으면 이런 사람과 친구 안 해요.

　-강한 캐릭터를 주로 해 왔는데, 이번엔 소심남을 연기했는데.

▶사실 강한 캐릭터를 많이 했었죠. 감정의 극한까지 가보려고 했던 작품도 있었구요. 그런데 어떻게 매번 그렇게 합니까? 그래서 가급적 차기작은 전작과 다른 걸 위주로 고르는 편이거든요. 보시다시피 '싸움'에서는 깐죽거리기나 하는 가벼운 캐릭터잖아요. 솔직히 '그놈 목소리' 때는 너무 힘들었어요.

　-함께 연기하기 전의 김태희, 하고 난 후의 김태희에 대한 소감은 어때요.

▶김태희의 연기력에 대해 말이 많다고들 하는데… 오히려 자기 나름대로 즐기면서 용기 있게 하는 모습이 보기 좋던데요. 외모와는 달리 털털하고 맹한 구석이 있어 재밌기도 해요.

　-순전히 개인적으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여배우는 누군가요.

▶이런 말씀 드리면 어떻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전 나문희 선생님이 가장 아름답다고 봐요. 예순이 넘으신 분의 외모가 아름다울 순 없겠죠. 그것보다도 저는 그 분의 심성이 너무나 아름답더라구요. 여지껏 그렇게 소녀같은 분은 본 적이 없어요. 길가에 피어난 들꽃을 보기 위해 차를 세우시는 분이예요.

-살에 관해선 누구보다 할 말이 많으실텐데요.

▶지금도 차기작 '강철중' 때문에 마음껏 먹고 마시고 있어요. '싸움' 찍을 때보다도 허리가 4인치나 늘었는걸요. 이젠 살 좀 쪘다 싶으면 주변에서 그래요. '너 작품 들어가냐'구요. 그런데 이젠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 짓도 못하겠어요. 병원엔 차마 겁이 나서 못 가고 있구요.

　-배우하길 잘 했다 혹은 왜 했나 싶을 때가 있을 것 같은데요.

▶특별히 잘 했다 싶은 생각은 없어요. 영화배우란 게 누군가 찾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아직 저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고, 배우를 하게 해 줘서 고맙죠. 그렇다고 후회한 적도 없어요. 물론 힘든 적은 있었어요. '역도산' 때만 해도 그랬어요. 10일 동안 레슬링 장면을 찍는데, 숙소에 들어가 누우니까 온 몸이 너무 아픈 거예요. 창피하지만 너무 아파서 울었어요. 하지만 후회는 커녕 다음 날 아침 벤치 프레스를 들고 있는 저 자신을 봤습니다.

　-워낙 말 주변이 좋아서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많겠어요.

▶(손사래를 치며)무슨 말씀을요. 요즘은 상냥한 남자가 인기라는데 전 전혀 그러질 못해요. 오히려 스태프들 사이에서 욕쟁이로 불리기도 했죠. 물론 악의있는 욕은 아니지만요. 최근에는 김윤진이 자서전에서 저를 욕쟁이라고 써서 망신스러웠어요. 요즘은 나이도 있고 해서 욕 안 하고 그냥 이름 불러요,

　-요즘 배우들의 해외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데요.

▶사람 일이라는 게 모르는 거지만, 제가 한류스타도 아닌데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뭘 하겠어요? 그냥 여기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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