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음모’를 파헤치는 보물 사냥꾼

3년 전에 나왔던 ‘내셔널 트레져’의 원래 결말은 멕시코 만에 가라앉은 엄청난 양의 금을 찾는 암호가 미국 헌법 뒷면에 있다는 단서를 던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모니터링 결과 너무 노골적으로 속편을 예고한다는 반응이 나왔고, 결국은 벤(니콜라스 케이지)과 에비게일(다이앤 크루거)의 ‘러브 라인’을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내셔널 트레져’는 막을 내렸다. 속편은 흥행 성공 여부에 맡겨두기로 한 것. 그리고 결과는 우리의 예상처럼 속편이 나왔다. 

‘내셔널 트레져 : 비밀의 책’이 올 겨울 관객과 만난다. 전작에서 미국 독립선언문 뒷면의 암호를 풀어 위대한 고고학적 유물들을 인류에게 안겨주었던 벤 게이츠는, 이번엔 좀더 ‘아메리카’의 과거를 파헤치고 나아가 자신의 ‘가문의 영광’을 지키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스케일과 출연진의 규모가 커진 건 당연한 수순. 벤과 애비게일은 미국을 벗어나 파리와 런던을 누비며, ‘더 퀸’의 여왕 헬렌 미렌이 벤의 어머니로 등장하며 명배우 에드 해리스도 합세했다.

공식적인 명칭은 아니지만 할리우드엔 ‘보물 찾기’ 장르가 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참조한 것이 명백한 ‘내셔널 트레져’ 시리즈는, 굳이 번역한다면 ‘국보’라는 제목에서 자신의 소속을 밝힌다. 이 장르엔 사리사욕을 위해 숨겨진 금덩어리를 찾아가는 영화들도 있지만, 대부분 어떤 대의명분를 내세운다. ‘내셔널 트레져’ 시리즈는 미국의 과거와 밀접하게 관련된 한 가문을 통해 ‘역사 바로 세우기’를 시도하며, 2편에선 링컨의 암살범인 존 윌크스 부스의 일기에서 사라진 12페이지를 단서로 미국사의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할리우드의 ‘보물 찾기’ 프로젝트는 몇 가지 특징을 지닌다. 먼저 캐릭터. 그들은 고고학자 나 역사 전문가이며 험난한 어드벤처를 견딜만한 육체적 능력을 지녔고 가끔은 맥가이버 수준의 생활과학 지식도 지닌다. 벤과 애비게일을 비롯, 인디아나 존스나 라라 크로프트는 좋은 예. 한 사람이 이 모든 능력을 지니지 못했다면 ‘미이라’의 박물관 사서처럼 조력자가 붙기도 한다.

또한 이 장르는 정사를 거부하고 야사나 전설을 숭배한다. 그러기에 ‘팩션’인 경우가 많으며, ‘내셔널 트레져’는 미국 역사의 굵직한 사건을 기반으로 직소퍼즐을 맞추듯 보물 지도를 그려나간다. 여기에 ‘음모이론’이 개입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그 음모엔 기독교의 숨겨진 역사도 한데 얽히는데, 한때 ‘내셔널 트레져’가 소설 ‘다빈치 코드’를 베낀 게 아니냐는 공격을 받았던 건 그런 이유다. 그리고 템플 기사단이나 프리메이슨은, 보물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음모이론의 단골 메뉴들이다. 보물의 출처와 소재지는 다분히 성서적이며 다국적이다. ‘트레져 헌터’들은 십계명이 새겨진 석판, 예수의 성배, 고대 이집트의 유물, 사라진 잉카  마야 문명의 보물, 아프리카 대륙에 숨겨진 금괴 등을 찾아 전 세계를 누비는데, 이것은 이 장르의 가장 중요한 스펙터클이며 흥행 요소다.

이 모든 요소들을 지닌 ‘내셔널 트레져’는 2편에서 ‘음모’ 부분에 좀더 주력하는 듯하다. 케네디 암살, 워터게이트 그리고 인류의 달 착륙 같은 음모이론의 핵심 의혹들이 이 영화에서 진실을 드러낼지도 모른다. 진짜냐고? 혹시 밝혀지더라도 믿지는 마시길. 진실은 항상 저 너머에 있으니까.

 

◆‘보물찾기’ 영화 계보도 

우리가 지금 만나는 할리우드의 ‘보물 찾기’ 영화는 ‘레이더스’(1981)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조지 루카스가 제작하고 스필버그가 연출한 이 영화는 인디아나 존스 박사라는 전형적인 탐험가 캐릭터를 창조했고, 환갑이 훌쩍 넘은 해리슨 포드는 현재 ‘인디아나 존스’ 4편 현장에서 뛰고 있다. 8명의 아이들이 수백 년 전에 해적이 숨겨놓은 보물을 찾아 떠난다는 ‘구니스’(1985)는 ‘레이더스’의 키드 버전. ‘로맨싱 스톤’(1984)은 보물보다 로맨스에 한눈을 팔았던 영화다. 이후 보물 찾기는 점점 스케일을 넓히는데 ‘미이라’(1999)와 ‘툼레이더’(2001)가 그 기폭제 역할을 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작품은 바로 ‘쓰리 킹즈’(1999). 걸프 전쟁이 끝나갈 무렵. 한가한 미군들은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 왕족들로부터 빼앗은 엄청난 양의 금괴를 찾아 떠난다. 이쯤 되면 할리우드의 ‘보물 찾기’에 대한 사랑은, 거의 집착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