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싸이더스 FNH)가 배급하는 영화 '용의주도 미스 신'의 한예슬(왼쪽)과, SK 텔레콤이 배급하는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의 박용우.
충무로에 또 한 번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한국 통신시장의 양대 대들보인 KT와 SK 텔레콤이 영화시장 본격개입을 선언한 것. KT는 오는 19일 개봉하는 한예슬 주연의 ‘용의주도 미스신’으로 영화 배급시장에 뛰어들고, SK 텔레콤은 내년 1월 말 박용우·이보영 주연의 ‘원스 어폰 어 타임’을 첫 배급작으로 영화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삼성과 대우의 개입과 몰락, CJ·오리온·롯데의 삼국 시대에 이어 대기업들의 충무로 3차 대전이 막 시작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왜 직접 뛰어드나
여러 미사여구가 존재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기존 통신사업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게 궁극적 진출이유다. 여기에 CJ나 쇼박스 등 기존 영화시장의 강자들이 공정한 게임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추가됐다. 이들이 직접 뛰어들지 않고 단순구매만 할 경우, 원하는 순간 원하는 만큼의 콘텐츠를 제공해 주겠느냐는 것이다.
KT 측은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통신시장은 이제 수많은 신규사업자들이 경쟁에 뛰어드는 ‘레드 오션’ 시장으로 변했다”면서 “우리는 이제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SK 텔레콤도 마찬가지. 한계에 달한 기존 통신시장의 돌파구 중 하나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이미 콘텐츠를 전달할 다양한 플랫폼들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 전통적 관람 방식인 극장을 넘어, 휴대폰 등 모바일이나 IPTV(인터넷 TV) 등 새로운 그릇에 담을 콘텐츠가 필요한 것이다. 특히 양 회사 모두 IPTV를 차세대 주력 사업의 하나로 꼽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영화 콘텐츠에 대한 갈증은 클 수 밖에 없다.
단 접근 방식의 차이는 있다. KT가 자회사 인수의 방식으로 운동장 바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반면, SK 텔레콤은 지난 6월 영상사업부(본부장 황근주)를 창설하고 직접 ‘선수’로 뛰어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