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틱스 초이스] 영화와 연애의 공통점은…

윤성호 감독은 단편 ‘이렇게는 계속할 수 없어요’의 내레이션을 통해 “영화와 연애의 공통점은 둘 다 일종의 응석”이라고 정의한다. 첫 장편 ‘은하해방전선’에서도 이 정의는 유효하다. 주인공이자 영화 감독인 ‘영재’(임지규)는 새로운 시나리오를 준비하지만 은하와 헤어진 후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투자를 받기 위해 일본의 배우를 캐스팅하자는 제안까지 나온다. 그런데 문제는 영재가 배우를 만나야 하는 중요한 순간에 실어증에 걸려 버리면서 일어난다. 다행스럽게도 그의 곁에는 복화술을 할 줄 아는 배우가 있다. 영재는 립싱크를 통해 위기를 넘기지만 희망을 꿈꾸기에는 아직 해야 할 것이 많다. 특유의 수다스러움으로 시작하여 어느새 침묵에 이르는 영화의 과정은 윤성호 감독의 응석이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영재가 만나는 여성들은 영재의 고민을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헤어진 애인 은하(서영주)는 논리적이기는 하지만 항상 자신의 세계에만 빠져 소통할 줄 모르는 영재를 답답해한다. 하룻밤을 보낸 영재의 녹음 기사는 항상 커다란 헤드폰을 쓰고 넘치는 말들을 거부한다. 영화제의 자원봉사자였던 은성은 수화로 대화를 하는 여성이다. 그녀는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던 영재의 모습에 마음을 움직인다. 비록 들을 수는 없어도 그의 절규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소통은 이처럼 침묵 속에서도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윤성호 감독은 단편 작업에서도 그랬지만 영화담과 연애담을 뒤섞으며 자신의 고민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렇게 영화를 만들어도 괜찮을까라고 스스로 자문하면서, 그대로 관객이 이해해 주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좌충우돌한다. ‘은하해방전선’으로 부산영화제를 찾아와 관객과의 대화를 나눌 때도 그는 이 장면의 느낌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동시에 토로하다보니 ‘산만함’은 어느새 그의 세계가 되어 버렸다. 개인적으로 윤성호의 영화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특유의 산만함이다.

그의 산만함은 복잡한 현실을 외면한 채 매끈한 영화를 만들 수 없다는 태도이자 그가 고민하고 있던 현재의 문제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아주 고전적인 의미에서 ‘은하해방전선’은 감독이 살아가는 현실을 고스란히 영화로 모방해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윤성호 감독이 직접 연기까지 했더라면 우디 앨런의 영화와 비교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의 영화가 보여주는 응석과 재기는 젊은 우디 앨런의 수다처럼 보일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