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백 우세 확립

〈제7보〉(91~104)=10여 년 전만 해도 바둑계는 흡연파가 대세였으나 요즘엔 비흡연파에 의해 완전히 밀려난 느낌. 담배 피우는 프로들은 대국에 앞서 흡연실의 위치를 반드시 파악해두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애연가인 류징은 흡연이 허용된 대국장 한 층 위 기자실에 수시로 들락거린다. 하긴 지금 형세로 말하자면 단연(斷煙)했던 기사조차 담배를 찾을 정도로 꼬여버렸다.

좌상귀에 백의 절대 팻감이 하나 더 있어 91의 후퇴도 불가피하다. 94까지, 흑은 빵때림을 2번 허용하고 호구(虎口)까지 얻어맞은 모습. 이것으로 백의 우세가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흑도 이곳 저곳서 벌어놓은 집이 많아 아직 승패가 결정된 것은 아니라는 진단. 이 정도의 우세를 끝까지 지켜 이겨낸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95로는 96에 붙일 수도 있다. 참고도 11까지 백 4점을 잡는 전과가 적지 않다. 이 변화를 결행하지 않은 것은 후수이기 때문. 백이 12로 달려가면 득보다 손실이 더 크다. 100까지 응급처치 후 101로 좁게 벌린 것이 그나마 최선의 처리였다. 102로 한 번 젖혀놓은 수도 2집 이득. 백은 104의 잽으로 ‘구획 정리’를 서둘고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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