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데로 임한 카메라 천사가 된 아기들

조세현은 우리나라 연예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사진작가이자 동시에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사진가이기도 하다. 두 집단의 사람들이 원하는 사진에는 큰 차이가 있을 텐데, 왜들 다 그에게 사진을 찍고 싶어할까. 사실 조세현보다 더 패셔너블하게 사진을 찍는 작가는 많다. 하지만 ‘두고 두고 보기’에 가장 적합한 사진은 역시 조세현 사진이라는 데 많은 사람들은 동의한다. 그의 사진은 피사체 속에 깃든 품격을 뽑아내기 때문이다. 그게 어느 구석에 있더라도 그는 결국 뽑아낸다. 조세현 자신은 “휴머니티를 끌어내려 주력할 뿐”이라고 말한다.

2003년부터 입양아들의 사진을 찍어온 조세현씨가 19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02-736-1020)에서 5번째 사진전, ‘천사들의 편지’를 연다.

“2003년 ‘대한사회복지회’에 계신 분이 절 찾아 오셨어요. 우리나라 아기들이 대개 백일 전에 외국으로 입양되는데, 그 아이들 백일 사진을 좀 찍어줄 수 있느냐고.” 아기들이 한국에 남길 마지막 사진을 찍어주기 시작한 그의 작업은 “사진이 좋다”는 주위 사람들 성화로 전시회로 이어졌다.

그는 이듬해인 2004년부터는 연예인들과 ‘대한사회복지회’에서 관리하고 있는 부모 잃은 아기들을 커플로 맺어 사진을 찍어왔다. “지금 어른들 세대야 사진전시 본다고 입양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 이런 사진들을 보여주다 보면, 그들이 나이 들어 입양의 주체가 되면 입양 문화 자체가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는 지난해 ‘입양의 날’(5월 11일) 제정이 그렇게 기쁠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 작업에는 이미연, 김정은, 이승기, 원더걸스, 장혁, 주지훈, 유준상·홍은희 부부 등 16팀이 참가했다. “아기들이랑 사진 찍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연예인들 옷에다 소변 보는 건 기본이고, ‘큰 일’까지 보는 경우도 흔하죠. ‘원더걸스’는 그야말로 애들이 애들을 안고 있으니까, 고생이 많았어요. 윤은혜는 스튜디오에서 아기 우유 먹이고, 트림 시키고, 스튜디오 떠나가라 웃고, 그야말로 아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듬뿍 느껴졌어요.” ‘철없는 왕자’ 같았던 주지훈은 이번 사진에는 성숙하고 고혹적인 이미지로 변신, 벌써부터 팬들의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주지훈도 아기 사랑하는 마음이 렌즈에서 보이더군요. 사진에서 휴머니티가 느껴져서 아마도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아기들을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그에게도 “공부가 되는 일”이라고 했다. “아기들은 백일 전에는 감각이 무뎌요. 시력도 아직 뚜렷하지 않고. 그러니까 청각을 활용하는 법을 좀 더 연구하게 되더라고요. 애들 이름을 자꾸 불러주면, 슬그머니 돌아 봅니다. 그때 찍는 거죠.” 그가 배운 건 사진이 아니라, 낮은 이들과 소통하는 법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