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낮은 자세

〈제8보〉(104~117)=한상훈은 백(白)을 선호한다. 성적도 백을 쥐었을 때가 월등하다. 올해 본선 이상 중요 대국 승률을 보면 흑번일 때 38.5%에 그친 반면 백으로 두었을 때는 75%에 달했다. “포석이 약하다 보니 따라가는 쪽이 편하다”는 게 본인의 분석. 하지만 한상훈의 동료기사들은 그의 신중한 성격과 두터운 기풍, 뛰어난 계산력 등을 백 선호의 배경으로 꼽는다.

104, 106은 가벼운 선수 활용. 그 다음이 어렵다. 승부는 대개 이런 대목에서 갈린다. ‘가’로 한 칸 뛰는 수는 어떨까. 하지만 그걸로 우변을 모두 차지한다는 보장이 없다. 한 예로 참고도 2 이하로 준동하면 시끄러워진다. 4분여 만에 놓인 수는 108. 중앙을 키우면서 뒷날 ‘나’의 급소도 노리고 있다. 확실함을 추구하고 노림수를 즐기는 한상훈의 기풍이 한눈에 드러난다.

111은 “끊어달라”는 도발인데 백은 112의 ‘낮은 자세’로 요지부동이다. “이 정도로 집에서 앞선다”는 계산이 섰다는 방증. 113, 115는 약 12집짜리로 116과 맞보는 끝내기다. 시빗거리를 찾아 헤매던 흑이 돌연 117로 붙여갔다. 호착일까, 악수일까. 다음 보에서 곧바로 드러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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