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가 깊은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지난달 열린 1회 한국영화발전포럼에선 한국영화 산업의 총매출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며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고개 숙인 한국영화는 지난해 이후 관객수 점유율 수익성 등이 지속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 한해 100여 편의 영화가 개봉됐으나,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그놈 목소리'(약 325만 명) '화려한 휴가'(730만 명) '사랑'(약 210만 명) 등 열 손가락을 넘지 못한다. 2007년 3/4분기까지 수익률은 마이너스 60％선.
★절대 흥행 보장 카드는 없다.
2007년 자신 있게 벽두를 열었던 고소영 주연의 '언니가 간다'와 송혜교 주연의 '황진이' 등 빅카드를 내세운 작품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명절에 조폭 코미디는 된다'는 충무로 정설도 깨졌다. 지난 추석에 개봉된 '상사부일체'의 초라한 성적표가 보여주듯, '안전한 장르'로 여겨졌던 조폭 코미디와 로맨틱 코미디는 관객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
반면 올 한해 충무로는 한국영화는 '스파이더맨3'와 '캐리비안의 해적3', '트랜스포머', '다이하드4.0'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무차별적 공습에 시달려야 했다.
★신선해야 살아남는다
민감한 정치적 소재를 대중적으로 요리해낸 '화려한 휴가'나 충무로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컴퓨터그래픽 화면을 자랑한 '디워'의 성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관객들은 익숙한 것보다 새로운 것을 우선 찾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웬만한 이야깃거리로는 관객들을 극장가로 이끌어낼 수가 없다. '미드'와 '일드', 케이블 TV까지 등 다양한 볼거리가 영화의 경쟁상대로 이미 자리를 굳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때 제작비 불리기에만 급급했던 충무로는 이제 규모의 환상에서 탈피해 새로운 실험에 나서는 분위기다. 한 영화가 성공하면 줄줄이 아류작을 만들던 풍토도 사라졌다.
★스릴러와 시대극 전성시대
장르의 다양성 바람은 스릴러에서 특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07년은 한국 스릴러영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작품 완성도와 흥행에서 고루 호평을 받았다.
박진표 감독의 '그놈 목소리', 김한민 감독의 '극락도 살인사건'이 기획 초기 흥행 참패를 점쳤던 목소리를 비웃듯, 평단과 관객에게 고루 호평을 받았다. 조선시대 궁중을 무대로 한 '궁녀' 또한 선전했으며, 영화가 엎어질 위기에까지 처했던 '세븐데이즈'는 빠른 화면으로 미드팬을 사로잡았다.
스릴러 강풍은 연말까지 계속돼 두 살인자의 이야기를 그린 '우리동네', 잔혹한 살인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가면'이 속속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세계를 무대로 뛴다
다만 도약의 가능성은 줄을 이었다.
전도연이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일약 전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장동건('런드리 워리어') 전지현('블러드 라스트 더 뱀파이어') 이병헌('아이 컴 위드 더 레인(I come with the rain)') 송혜교('페티쉬') 가 잇달아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소재의 고갈에 시달려온 할리우드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영화시장의 성장 등에 주목하면서, 한류를 이끈 배우들에게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제작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합작이 모색되고 있는데, '스파게티 대 누들' '해운대' 등이 할리우드와 손을 잡고 한국영화의 새 활로 개척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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