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연기로 인정받고 싶다"

김태희. 그녀를 평할 때 상당수 사람들은 딱 두 가지로 이야기 한다. “진짜 예쁘다”와 “연기 못한다”. ‘서울대 출신’이란 꼬리표가 점점 떨어질 즈음, 그녀에겐 연기력 논란이 계속 따라다녔다. 13일 개봉할 영화 ‘싸움’에서 전(前) 남편 설경구를 상대로 줄기차게 ‘싸움’을 거는 그녀를 6일 서울 압구정동에서 만났다.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역시 ‘김태희는 연기 못한다’가 통념이다.

“옛날에는 부족한 게 눈에 안 보였다. 너무 시간에 쫓겨 찍고, 단점이 보여도 외면했다. 2~3개월 전에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2004·SBS)’ DVD를 구해 봤는데, 너무 창피했다. 진심은 담겨 있었지만 테크닉적인 면에서 여유가 없었다.”

―이번엔 만족하는가?

“예전에 비해서는 나은 것 같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연기에 관한 인신 공격성 댓글도 많다.

“너무 속상하다. 죽고 싶을 정도로. 반면에 오기도 발동한다. 죽기 전에는 인정 받겠다고.”

―욕까지 먹으면서 왜 연기를 하는가? CF만 해도 잘 살 수 있을 텐데.

“어렵고 새로운 것을 눈 앞에 두고 있을 때 설레고 흥분된다. 예전에는 연기가 어려운 숙제 같아서 즐거움이나 성취감을 못 느꼈다. 이제 조금씩 ‘앎’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나도 존경 받는 연기자가 되면 행복할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 왜 이혼녀에 도전했나. 게다가 상대는 12살이나 많은 설경구씨다.

“사람들도 왜 ‘네 나이대를 올리느냐’며 반대가 많았다. 그런데 요즘 사회생활 하다 보면 기존의 ‘유부녀’나 ‘이혼녀’ 이미지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다 처녀 같다. 그리고 설경구씨는 지금껏 파트너 중에서 가장 친구 같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여자 스태프들이 다 설 선배님을 좋아했다.”

―속상할 때 진아(김태희)는 보라색 가발을 쓰고 펑펑 울고, 결벽증인 상민(설경구)은 욕조를 닦는다. 보라색 가발의 의미는?

“희망 아닐까. 현실은 답답하고 힘드니, 앞으로의 희망을 얘기하는 판타지적인 이미지다.”

―공허할 때 어떻게 푸나. 진아처럼 펑펑 우나?

“지금까지 주변사람들에 의지했다. 외로움을 엄청 많이 탄다. 나 혼자서는 못 푼다.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는 자립심을 키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