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베이스의 ‘어린 거장’ 탄생

한국의 젊은 더블 베이스 연주자들이 러시아를 경악시켰다. 17세의 더블 베이스 연주자인 성민제(한국예술종합학교 3년)군이 지난 8일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폐막한 제2회 쿠세비츠키 국제 더블 베이스 콩쿠르에서 우승(상금 5000달러)을 차지했다. 정하영·이은기씨도 나란히 2~3위를 차지하며 대회를 휩쓸었다.

이 콩쿠르는 러시아의 명지휘자이며 더블 베이스 연주자인 세르게이 쿠세비츠키(1874~1951)를 기념하기 위해 열리고 있다.

국제콩쿠르에서 17세 연주자가 우승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영예를 차지한 성민제군은 13세 때인 지난 2003년 금호 영재 콘서트를 통해 데뷔한 뒤 서울시향·서울시청소년교향악단 협연과 독주회 등 다양한 경력을 쌓으며 일찌감치 ‘더블 베이스 신동(神童)’으로 주목받았다. 선화예중 졸업 후 15세에 곧바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했으며, 지난해 독일 슈페르거 국제 콩쿠르에서도 최연소 1위를 차지했다. 올해 대원음악상 장려상을 수상했다.

서울시향 단원인 아버지 성영석(46)씨와 여동생 미경(14)양까지 모두 같은 악기를 연주하는 ‘더블 베이스 가족’이다. 민제군은 11세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더블 베이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악기가 어린 민제군의 체격에 비해 너무 커서 사전에 1m50㎝가량의 ‘미니’ 더블 베이스를 주문 제작했지만, 그래도 백과사전 2권과 방석까지 깔고 올라서서야 연주할 수 있었다.

어머니 최인자(44)씨는 아들과 딸의 연주회 때 피아노 반주를 도맡고 있으며, 이번 쿠세비츠키 콩쿠르에서도 반주상을 수상했다. 성민제군은 저음에서 탄탄한 왼손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리듬을 빚어내며, 그동안 오케스트라의 합주 악기로 인식돼 왔던 더블 베이스의 가능성을 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성민제군은 “존경하는 베이스 연주자는 없다. 화려하고 열정적인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를 좋아한다”고 할 정도로 베이스 테크닉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드러낸다. 특히 화려한 기교와 리듬감을 보여주는 그의 ‘카르멘 판타지’는 이미 음악계에서도 반드시 들어야 할 ‘필청’(必聽)의 곡으로 통하고 있다.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의 단원이나 독주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성민제군은 “더블 베이스도 독주 악기로서 다른 현악기 못지않게 다양한 가능성과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오는 27일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 무대에서 그가 함께 연주하는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 ‘송어’를 들을 수 있으며, 내년 7월쯤 금호아트홀에서 독주회도 예정돼 있다.